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제롬 발케 사무총장의 즉시 퇴진을 공개 요청했다.
결국 블래터 회장은 5선에 성공했지만 최측근의 뇌물 비리에 대한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당선 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다만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르면 12월에 열릴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회장을 뽑을 때까지는 현재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FIFA 회장 선거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29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5선에 도전한 제프 블래터 회장의 즉각 퇴진을 주장했던 정 명예 부회장은 “FIFA에서 부회장으로 17년간 일했던 나도 최근 FIFA를 둘러싼 사태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차기 회장 선거는 실추된 FIFA의 위상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다. 그래서 선거 관리는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블래터 회장은 차기 회장이 나올 때까지 본인이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하는데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회장은 자금 관리나 선거 관리 등 업무를 즉시 해서 안 된다. 제롬 발케 사무총장도 즉시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명예 부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블래터 회장이 물러난 뒤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참가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겠다”고 선을 그은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3년 넘게 국제축구계 인사들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FIFA는 자금을 유용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통해 블래터의 측근 인사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블래터를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 폐쇄적인 운영이 모든 부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블래터의 지원을 받고 현재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