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여성 10명 중 1명 낙태 경험…9.5%만 합법 사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여성 929명 대상 조사

현행법상 낙태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가운데 성인여성 10명 중 1명은 낙태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여성 9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피임과 낙태 정책에 대한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156명(16.8%)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95명(60.9%)은 '낙태를 했다'고 답했다.

또 9%는 '자연 유산됐다'고 답해 결과적으로 30.1%만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경험자만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낙태 사유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경우는 9명(9.5%)에 그쳤고, 나머지 86명(90.5%)은 모두 해당하지 않았다.

모자보건법상 낙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한 경우 ▲ 임신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낙태 시기에 관한 물음에도 '임신 12주 이내'가 73.7%로 가장 많았지만 '24주 이내'가 23.2%, 현행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28주 이내'라는 응답도 3.1%가 있었다.

낙태 경험자 중 4명(4.2%)은 낙태 후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성 유산, 불임 등 신체적 증상을 경험했으며 18명(18.9%)은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 충동 등 심리정신적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 가운데 2명(11.1%)만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선 낙태 유경험자 95명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4명은 기혼자여서 눈길을 끈다. 또 30대보다는 20대나 40대, 대졸 이상보다는 고졸 이하가 낙태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동식 연구위원 등은 이번 조사에서만 미혼자의 비율이 낮거나 답이 일부 왜곡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연구위원 등은 보고서에서 "조사의 민감성을 고려해 응답 수거를 개인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방법으로 채택했음에도 이렇게 낮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미혼자의 낙태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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