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병상 부족…공공병원 수익성만 보다 화 키웠나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격리자가 4일 1600명을 넘어서면서 시설 격리 대상도 급증하고 있지만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턱없이 적어 그간 국가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수익성의 잣대로 국립대병원 등을 평가하는 방침을 세우면서, 메르스 등 신종전염병 사태 대비를 위한 보건의료정책의 방향타가 잘못 설정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07년부터 구축된 격리병상은 현재 전국 17곳에 105개의 음압병상(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병실)과 474개의 일반병상 정도다.

현재 감염 환자와 자가 격리 환자 1257명 외에 시설기관 격리 대상인 144명 전원을 음압병상으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긴 것은 물론, 일반 병상의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병원 시설의 확보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가가 평상시 지정한 17개소, 500여개 병상을 고집만 할 게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병원 한 개동을 통째로 '메르스 전용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플루가 유행할 무렵 신종전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병상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편성된 지난 2009년 예산은 51억 원.

하지만 이듬해에는 병상 확충 없이 유지 예산만 남긴 채 달랑 7억 원으로 깎였다.

지난해에도 국가지정 격리병상 시설에 대한 예산은 장비유지비 11억 7000만 원 정도에 그쳐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반짝 대응'과 함께 의료체계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정부 정책도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퇴출 관련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5년 이상 단기순손실이 계속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영업 수입이 감소한 경우 퇴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해 국립대병원 6곳이 여기에 해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전염병을 최전선에서 대응해야 할 공공병원에 대해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김동근 정책위원은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사태 때마다 정부가 단기 처방만 급급하다보니 격리병상도 확보하지 못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움직여줄 공공병원도 돈벌이만 급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일부 대형병원들은 거점병원 지정 연기를 요청하거나 거부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거나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병원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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