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 시작된 질병이지만, 세계에서 환자의 85%가 사우디에서 보고되는 터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보건·의료 단체는 이곳에 관심을 쏟았다.
'메르스의 원조'라고 할만 하지만 사우디 역시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했고, 치료약과 예방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발병 초기만 해도 사우디에서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던 메르스는 지난해 4∼5월 사우디의 가장 큰 무역도시 제다에서 환자가 폭증한 이른바 '제다 창궐'을 계기로 비상 대책이 부랴부랴 마련됐다.
사우디 보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사우디 내 메르스 발병환자는 141명, 5월엔 209명이다. 이달 1일 현재까지 누적된 사우디의 메르스 환자가 1천16명임을 고려하면 이들 두 달이 34.4%를 차지한다.
당시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여론이 좋지 않자 최측근인 압둘라 알라비 보건장관을 국왕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경질했다. 알라비 보건장관은 압둘라 국왕이 국가수비대 사령관 시절 군의관으로 함께 복무했던 심복이다.
그 대신 압델 파키 노동장관이 보건장관을 겸임토록 했는데 이는 메르스가 자국민보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서 주로 발병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필 제다에서 환자가 급증한 것도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가 집중된 탓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는 보건장관을 교체하면서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제다의 킹파드 병원의 원장을 해임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사우디는 국립병원의 경우 관리가 잘 되는데 사립병원은 잘 통제되지 않는 편"이라며 "사립병원에서 제대로 환자 현황을 보고하지 않고 격리 조치도 하지 않아 제다 창궐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메르스를 감시망 밖에 있던 사립병원을 통제하는 계기로 삼았다.
알라비 보건장관의 해임 뒤 현재까지 보건장관만 3번 바뀌었는데 메르스를 겪으면서 의료체계에 예민하진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메르스 전염을 막는 힌트는 성지순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에 160여개국의 무슬림 200여만명이 한꺼번에 모이지만 성지순례 뒤 메르스 발병은 별다른 변동이 없다.
메카와 메디나는 이슬람교의 최고 성지인만큼 사우디 정부가 위생·방역 상태에 특별히 신경 쓰는 곳이다.
사우디 정부의 비상 대책에도 메르스는 올해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여서 만성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6월5일 이후 1년간 사우디에서 새로 발생한 메르스 환자 326명 중 200명이 올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WHO는 올해 2월 특별 조사단을 사우디에 급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