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 리그에서는 몇 차례 벤치 클리어링 장면이 나왔습니다. 연이은 빈볼로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했고, 심지어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공이 날아오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의 볼거리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로의 '기싸움'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적정 수준의 벤치 클리어링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더 경기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물론 몸싸움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겠죠.
하지만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0년 6월5일에는 벤치 클리어링이 몸싸움, 아니 난투극으로 번진 날입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OB의 더블헤더 1차전이었습니다.
7회초 삼성의 공격에서 OB 5번째 투수 김진규가 삼성 강기웅의 머리 쪽으로 초구를 던졌는데요. 화가 난 강기웅은 OB 포수 조범현과 말다툼을 벌입니다. 다행히 다시 타석에 섰는데요. 하지만 2구째는 강기웅의 옆구리 쪽을 강타했습니다.
사실 OB는 감정이 상해있었습니다. 5월31일, 6월1일 대구 삼성전에서 3-20, 1-9로 완패를 한데다 당시 강기웅이 연타석 홈런을 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세리머니를 한 탓이기도 합니다. 빈볼이라 여길 수 있는 상황이었죠.
결국 강기웅은 누가 막을 틈도 없이 마운드로 달려들어 김진규에게 날라차기를 합니다.
당연히 양쪽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우르르 달려나왔겠죠. 문제는 단순한 벤치 클리어링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방망이를 들고 나오는 선수가 있었고, 주먹과 발길질이 오갔습니다. 거의 5분 정도 난투극이 펼쳐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 박용준의 얼굴이 찢어졌고, 김동앙 주심은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습니다. 청원 경찰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선수들을 말리기까지 했습니다.
삼성 강기웅과 박정환, 김종갑, 그리고 OB 김진규와 조범현, 김태형까지 총 6명이 퇴장 당하면서 난투극이 마무리 됩니다. 하지만 경기는 곧바로 속개되지 못했는데요. 바로 주심이 병원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22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뒤 3심제로 경기가 속행됐습니다.
KBO은 이튿날 곧바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기웅과 김진규에게 벌금 100만원과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나머지 퇴장 선수에게는 벌금 30만원 징계를 내렸습니다.
말 그대로 난투극이었습니다. 실제로 강기웅과 박용준에게 상처를 입힌 OB 이복근은 형사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처벌은 없었지만, 단순한 벤치 클리어링이 아니라 폭력이라 판단했다는 증거겠죠. 이같은 상황을 보면 다소 약한(?) 징계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