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3회 이승엽에게 솔로포를 내줬다. 1982년 출범 이후 첫 통산 400번째 홈런이었다.
전인미답의 대기록에 롯데 선수들도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당시 3회말 종료 뒤 축하 행사에서 주장 최준석이 대선배에게 꽃다발을 전했고, 선수들도 도열해 박수를 쳤다.
원정팀까지 대기록을 경하하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승엽도 경기 후 "롯데 선수들이 박수를 쳐주는데 보기가 좋았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 2일 패배에 이어 롯데는 대기록을 내준 3일도 졌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대기록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경기에서도 져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고 쓰린 속내를 달랬다.
이런 가운데 롯데는 4일도 경기를 내줬다. 시리즈 싹쓸이를 당하면서 5위에서 6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28승27패, 5할 승률도 위태롭게 됐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초 롯데는 4일 설욕 의지가 대단했다. 대기록도 내주고 연패를 당한 가운데 에이스 린드블럼이 등판해 아픈 기억을 털어낼 기세였다. 이 감독도 "오늘은 우리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나오니까 기대를 해보겠다"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린드블럼은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몫을 했다. 6회까지 5탈삼진 7피안타 3실점, 퀄리티스타트는 해냈다.
그러나 타선이 문제였다. 이날도 롯데 타선은 삼성 마운드에 밀렸다. 선발 차우찬에 7회까지 삼진을 무려 11개나 당하면서 2점을 내는 데 그쳤다. 8회 수비 때 실책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방망이가 침묵하며 2-6 패배를 안았다.
이 감독도 4일 경기에 앞서 "대기록을 내줬지만 강민호가 그래도 홈런을 날려 팀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강민호 역시 "3일 경기에서 5회 타석에 들어서는데 삼성 포수 이지영이 '윤성환이 노히터 페이스'라고 놀리더라"면서 "그리고 홈런을 날린 뒤 홈을 밟으면서 '내가 깼지롱' 하고 복수했다"고 웃었다.
4일에도 팀의 영봉패를 막은 게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최근 3경기 연속 홈런포의 상승세다. 10경기 타율이 무려 4할8푼5리(33타수 16안타)다. 이 중 홈런이 6개에 2루타가 2개, 절반이 장타다.
시즌 18홈런으로 에릭 테임즈(NC)에 1개 차 단독 2위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강민호에 대해 "야, 너 왜 우리랑 할 때만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치냐"고 할 정도다.
강민호는 최근 맹타에 대해 "특별하게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워낙 작년에 못했기 때문에 자극을 받은 게 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3시즌 뒤 당시 역대 최고액인 4년 75억 원에 FA 대박을 터뜨린 강민호는 지난해 타율 2할2푼9리 16홈런 40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타율 3할4푼5리 18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8경기보다 절반 수준인 50경기만 뛰고도 홈런, 타점이 더 많아졌다. 삼진도 46개로 지난해(92개)를 뛰어넘을 수치지만 일단 커리어 하이 시즌인 2010년 타율 3할5리 23홈런 72타점을 훌쩍 넘을 페이스다.
포항 3연전에서 우울했던 롯데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강민호의 불방망이였다. 공교롭게도 강민호는 포철중-포철공고 출신이다. KIA와 주말 3연전을 펼치는 강민호의 맹타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