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보름동안 뭐하셨나요? 행자부·안전처 장관님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6일 오후 느닷없는 사이렌 소리에 놀란 국민들이 많았습니다.

현충일 추모 사이렌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국민안전처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문자를 전송한 겁니다.

문자내용을 확인한 순간 코웃음만 나왔습니다.

안전처가 발송한 긴급문자에는 ▲자주 손씻기 ▲기침 재채기를 할때 입과 코 가리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안전처에서 그것도 메르스 발생 보름이 지난 시점에 보낸 문자라는 것이 고작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는 수준의 상식적인 예방수칙을 보낸 겁니다.

지방자치단체를 책임지는 행정자치부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서울시에서 사실상 메르스 대응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를 책임진 행정자치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사태를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행자부는 사태 발생 14일만에야 시·도 부단체장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나마 회의 결과도 발표하지 않았고, 예방수칙 홍보를 잘하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내용 외에는 뾰족한 대책도 없이 회의는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메르스 사태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전혀 대응을 하지 않던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8일 아침 평택을 방문한 겁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자료사진)
행자부는 8일 아침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정 장관이 평택시 보건소와 대책상황실을 방문해 대응 실태를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자가격리된 환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메르스 대응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도 논의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 장관이 메르스 발생 보름 만에 그것도 평택을 방문한 것은 적절한 일일까요?

평택은 이미 메르스 전파의 숙주 역할을 한 병원을 폐쇄조치했고, 확진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는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지역입니다.

오히려 메르스는 지금 경기와 서울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 장관이 지금 찾아야 할 곳은 메르스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이 아니라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아닐까요?

예방과 방역시스템은 잘 정비돼 있는지, 병원이나 지자체에서 환자발생시 대응 요령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행정자치부 장관의 몫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경고'는 사고나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필요한 것 아닙니까?

'뒷북'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방해만 되는 '소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행정 수반인 대통령께서 이런 지경에도 '국익'을 위해 미국 방문을 포기하지 않는 마당에, 장관들만 갖고 뭐라고 하느냐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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