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핫라인 불통의 상징? "10번 통화 2~3번 연결"

하루 평균 3,000통 고작 40대 운영, 유관기관도 마찬가지...조만간 100대로 확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메르스에 신속하게 대처하겠다며 설치한 긴급전화 '메르스 핫라인'이 오히려 불통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보건소나 119구급대 등 유관기관까지 통화에 애를 먹으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메르스 관련 대책의 하나로 메르스 증상 시 의료기관 방문 전에 긴급전화(043-719-7777)로 연락하도록 당부했다.

지난 달 29일부터 신고를 받아온 '핫라인'의 기능을 확대해 메르스 확산에 대처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작 통화량이 폭증하면서 현재는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박모(34, 여, 청주)씨는 최근 딸 아이가 미열이 나 메르스 핫라인에 수 차례 연결을 시도한 뒤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박 씨는 "수 십 번 만에 겨우 통화가 이뤄졌지만 그냥 병원에 가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며 "형식적인 답변과 장시간 불통 등의 문제가 많아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만 생겼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보건소, 소방본부 등 유관기관의 경우에도 별도의 연락체계 없이 핫라인을 사용하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보건소는 관할 지역에 확실한 의심환자가 발생하거나 환자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해야 한다.

충북에서만 하루 평균 3~4건의 고열환자를 이송하는 소방본부도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청주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10번 전화하면 2~3번 연결이 되는 식"이라며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솔직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걸려오는 전화는 무려 하루 평균 3,000여통에 달하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가 있었던 지난 4일 하루에는 무려 4,30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핫라인에 동원된 전화는 불과 40대로 그나마도 40명의 직원의 각 부서에서 차출돼 응대하고 있다.

직원 한 명당 하루 평균 100통 가량의 전화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나마 조만간 전문콜센터 업체에 의뢰한 핫라인을 1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차출돼 핫라인을 운영하다보니 그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조만간 핫라인을 늘리면서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