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vs 서민금융, '금리 인하' 둘러싼 논쟁

국회 자료사진
국회에선 때아닌 법정 최고 이자율 인하 논쟁이 한창이다. 현행 대부업법상 이자 상한 규정이 올해 말에 효력이 사라지게 돼 이를 대체할 이자 상한 규정을 놓고 당정과 업체 간 논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서민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며 금리 인하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지만, 서민금융 업계에서는 "오히려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 국회 "최고금리 대부업체 25%25, 금융회사 20%25로 내려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 14명은 최근 법정 최고 이자율을 현행 연 34.9%에서 대부업체 연 25%, 여신금융기관은 연 20%로 낮추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들 의원들은 이번 발의의 근거로 서민가계의 부담 경감을 들었다. 대부업체 이용자 대다수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인데, 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이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 정책과 저소득층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연 20% 이상의 초고금리 대출상품에 의존하는 가구가 2012년 3만8000가구에서 2014년 7만3000가구로 급증했다. 저소득층 가구가 2012∼2014년 사이에 연평균 9.4% 늘어났는데 연리 20% 이상의 대출을 낀 가구는 38.4%나 늘었다.


또한 이들 의원들은 제2금융권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최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뤄진 대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모든 소비자에게 법정 최고금리(연 34.9%)를 적용한 곳이 10곳이나 됐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이 대형 저축은행 25곳의 대출금리 산정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개사가 작년 9∼10월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한 평균금리는 연 24.3∼34.5%였다.

김 의원 측은 "대부업체 이용자 대다수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이라며 "서민가계의 직접적인 부담경감을 위해서라도 최고금리 인하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서민금융 "저신용자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우려"

서민금융 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행 연 34.9%에서 대부업체 연 25%, 여신금융기관 연 20%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업계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 강제가 저소득자인 서민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는 대출 심사 강화로 이어지게 돼 대출심사 강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 결국 저신용자들은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지게 돼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쫓기게 된다는 논리다.

여신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판관비를 줄이고 인력도 감축하면서 정부안의 29.9%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겠지만, 20%를 맞추려면 저신용자 대출은 포기해야 한다"며 "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민금융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부협회 역시 "현행 34.9%에서 금리를 더 인하할 여력이 없다"며 "제도권 내에 있는 대부업체들이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경우 불법 사채시장으로 종적을 감춰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부금융협회에 등록한 대부업체는 2007년 12월말 1만8500개에서 2014년 6월 기준 8794개로 9706개로 크게 줄었다.

◇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금융 업계의 그동안 행태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의 자발적인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유도해왔다. 대부업체에게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해주면서 연 최고 29.9%의 금리 운용을 조건으로 단 것도 이들을 통한 자발적 대출금리 인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결국 당정이 나서 이번 서민금융 대책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강제로 끌어내리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