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다섯아이…엄마는 1명, 한국 아빠는 5명"


-첫 양육비 승소 판결, 월 30만원 지급하라
-코피노맘 서민층이라 소송제기 어려워
-폭행에 낙태 종용까지, 한국 주소도 거짓
-10대후반 여성 많아, 양다리 걸치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명재훈 (코피노 지원단체 '위 러브 코피노' 활동가)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 문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지난달 우리 법정에서는 한국인 생부로 하여금 필리핀 친모에게 코피노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최초로 나왔었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시점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이는데요. 실제로 필리핀에서 코피노 엄마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를 돕고 있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위 러브 코피노’의 명재훈 활동가입니다. 활동가님, 안녕하세요.

◆ 명재훈>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선 최근에 코피노 양육비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는데 어떤 판결이었죠?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

◆ 명재훈> 최근에 판결이 났던 경우에는 한국 남성분이 필리핀 현지에 여행을 자주 오시면서 필리핀 여성과 관계를 갖게 됐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 양육지원을 끊게 되면서 소송이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한 달에 얼마씩 보내라고 판결이 났던 거죠?

◆ 명재훈> 매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걸로 판결이 났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코피노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굉장히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었는데. 이런 승소판결이 그동안 없었던 이유는 뭡니까?

◆ 명재훈> 저희가 봤을 때는 대부분 코피노맘들이 서민층인 경우가 대다수이고요. 때문에 국제소송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고. 그리고 대부분 필리핀 여성들과 교제를 하는 한국 남성분들이 본인의 인적사항을 감추거나, 아니면 거짓된 정보를 주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소송을 시작하기도 쉽지가 않고 지속적인 소송진행도 힘든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거짓된 정보를 준다? 이건 무슨 말씀이에요?

◆ 명재훈> 본인의 실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말해 주거나 한국 남성이 주소와 편지를 쓰고 떠났는데, 알고 보니 한국말로 욕을 써놓은 경우. 그런 경우도 상당히 많죠.

◇ 박재홍> 참 나쁜 사람들이네요. 그러면 필리핀 내에 코피노 수가 현재 대략적으로 몇 명이나 되나요?

◆ 명재훈> 현재 저희가 알고 있는 숫자로는 코피노 가정을 약 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인터뷰했던 코피노맘 같은 경우에는 각각 다른 아빠로부터 5명까지 임신한 엄마들도 제가 만나봤거든요.

◇ 박재홍>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한 필리핀 여성이 한국인 남자 5명을 만났다가 그 남자들 모두가 아이를 낳자 다 떠나버렸다는 말씀이에요? 5명 아이의 아버지가 다 다르다?

◆ 명재훈> 맞습니다. 5명의 아기 아버지가 다 다릅니다.


◇ 박재홍> 참 너무 충격적인데요. 나이가 몇 살인가요, 그 여성은?

◆ 명재훈> 그 친구는 한국나이로 35살 됐습니다. 거의 한 10년 전부터 20살 초반에 남자친구를 교제하게 됐었고. 그 이후로 한국 남성들과 교제를 했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를 낳게 되고 남자는 떠나게 되는 상황이었죠.

자료사진
◇ 박재홍> 그런데 일정기간 만나다가 남성이 한국으로 그냥 떠나버린다거나, 필리핀 여성들을 폭행하는 경우들도 많다면서요? 어떤 사례가 있습니까?

◆ 명재훈> 제가 만났던 케이스는 카지노에 중독이 됐던 남성분이었어요. 돈을 카지노에서 탕진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같이 만나던 필리핀 여자친구한테 돈을 받아쓰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여자친구는 술집에 일을 보내서 여자친구가 돈을 주지 않는다거나 일을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 폭행을 하는 경우였죠. 그런 경우도 상당히 많았고요. 임신한 경우에는 출산을 막는 경우는 거의 대다수인 것 같아요. 임신한 사실을 알리고 나면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현지에서 낙태를 종용하는 경우가 거의 80~90% 이상 되는 거 같아요. 또 다른 케이스로는 한국 남성이 2~3명 여성을 동시에 만나면서 아기를 출산을 했는데 각각 필리핀 여성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죠.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엄마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같은데, 한국 남자가 거짓말을 하다 보니 이름이나 주소나 각각 다른 신상정보를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 경우도 허다하게 많이 봤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한 남성이 한번에 여러 명의 필리핀 여자를 만나고 여러 명의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였군요. 말씀을 듣다 보니까 굉장히 좀 부끄러워지네요. 지금 한국 사람들이 가서 그렇게 임신을 시켜놓고 낙태까지 종용한다고 하는데, 필리핀에서는 낙태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분위기인가요?

◆ 명재훈> 사실상 여기는 종교적으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요. 낙태 자체가 불법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위험한 방법으로 비합법적인 시술이나 약 복용을 통해서 하고 있는 편이고요. 대부분은 거의 출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홀로 남겨진 필리핀 여성들, 그 후로도 상심이 클 것 같아요. 무슨 말들을 많이 합니까?

◆ 명재훈> 제가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의 필리핀 친구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가장 많습니다.

◇ 박재홍>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요?

◆ 명재훈> 네. 아무래도 어린 친구들이 30대 후반, 40대 중반 나이의 남성들과 교제를 하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 남성들과 교제를 원하는데 아기를 낳고 출산을 하게 되면 아빠 쪽에서는 ‘왜 나한테 돈만 요구하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서 아이를 버린다거나 양육을 포기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기본적으로 상처를 다시 한 번 받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또 무엇보다 홀로 남겨진 코피노 어린이들이 심적으로 많이 상처를 받겠네요.

◆ 명재훈> 지금 제가 만나는 코피노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5~6세라서 학교를 가게 되는 아이들도 있는데 오히려 저한테 ‘아빠, 아빠’ 이렇게 부르는 친구들도 있고요.

◇ 박재홍> 한국말로 ‘아빠, 아빠’ 이러는군요?

◆ 명재훈> 네. ‘아빠, 아빠’같은 기본적인 한국말들을 코피노 엄마들이 가르쳐요. 그래서 그렇게 부르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 박재홍> 너무나 큰 그림자가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현지에서 코피노맘 지원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러면 이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 명재훈> 대부분 코피노 가정들이 본래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라왔는데 거기에다가 의도치 않게 아이까지 낳게 되다 보니까 상당히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양육의 권리, 그런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고 생활필수품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명재훈>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필리핀 현지 코피노 지원단체인 ‘위 러브 코피노’의 명재훈 활동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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