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 E조 1차전에서 0-2로 패했다.
2003년 미국 대회 당시 브라질을 만나 0-3으로 패했던 한국은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에서 다시 만난 브라질에 설욕을 다짐했다. FIFA 세계랭킹 18위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브라질(7위)에 열세지만 월드컵을 향한 오랜 갈망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라는 자체 분석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브라질은 강했다. 예상만큼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나 개인기 등은 분명 한 수 위였다. 박은선(로시얀카)이 벤치를 지킨 가운데 홀로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아쉽게 침묵했고, 뜻하지 않은 실수에 2골이나 헌납했다.
특히 남녀를 통틀어 사와 호마레(일본)과 함께 최초로 월드컵 6회 연속 출전의 금자탑을 쌓은 브라질의 베테랑 미드필더 포르미가를 막지 못해 2골 모두 내주고 말았다.
전반 33분에는 패스 실수로 포르미가에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8분 역시 패스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마르타가 역대 여자월드컵 최다인 15호 골을 기록했다. 이 페널티킥 역시 포르미가가 얻었다.
모두가 마르타에 집중하는 사이 '윤덕여호'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로 한국을 압도한 포르미가에 무너졌다. 이 경기까지 A매치 132회 출전에 빛나는 포르미가는 빠르지 않았지만 브라질의 공격과 수비가 전개될 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빠짐없이 나타났다. 2003년 미국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상대했지만 포르미가의 위력적인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포르미가는 선제골 장면에서 한국 수비수 김도연이 골키퍼 김정미(이상 인천 현대제철)에 패스하는 공이 힘없이 중간에 멈추자 이를 빼앗아 가볍게 마무리했다. 쐐기골 역시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조소현(인천 현대제철)에 내준 공이 또 다시 힘없이 미치지 못하자 이를 빼앗는 과정에서 밀려 넘어지며 영리하게 페널티킥을 얻었다.
한국도 A매치 100경기를 눈앞에 둔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나이를 뛰어넘은 포르미가의 맹활약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 5연패에 빛나는 마르타를 막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발생한 빈틈을 월드컵에 6연속 출전한 베테랑은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