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동안 사자 군단의 밥이었던 한화는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 독수리 군단의 날카로워진 부리에 삼성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한화는 1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7-2 낙승을 거뒀다. 0-1로 뒤진 4회 신성현이 데뷔 첫 홈런을 역전 결승 만루포로 장식했고, 정근우가 5회 쐐기 장외 투런 축포를 쐈다.
연이틀 삼성을 잡은 한화는 31승28패, 5할 승률에서 +3승이 됐다. 5위를 달린 한화는 6위 SK와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7, 8위 롯데, KIA와도 2경기 차다.
반면 삼성은 4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1위를 다시 내줬다. 4연승을 달린 NC와 승차는 없지만 어쨌든 2위로 내려앉았다.
▲"1위 하고픈데…" 복병 한화에 잡힌 삼성
당초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주 롯데와 포항 3연전 때만 하더라도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16경기나 많은 역대 최다 144경기를 치르는 만큼 장기 레이스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류 감독은 "하지만 1위는 지키고 싶다"고 은근한 욕심을 드러냈다. 올 시즌 SK, 두산, NC 등이 차례로 1위에 오르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이는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2연패, 역시 독수리 부리에 갈기가 뽑혔다. 현재 팀의 토종 좌우 에이스 윤성환과 차우찬이 나섰는데도 졌다. 더군다나 상대는 필승 불펜 권혁이 빠진 상황이었다.
삼성은 올해 한화에 2승5패로 뒤져 있다. SK(2승3패)에도 밀리지만 큰 마진이 아니라 사실상 한화에만 열세라고 볼 수 있다. 통합 4연패의 시발점이던 2011년 삼성은 한화에 9승10패였지만 이후로는 압도적이었다. 이듬해 13승6패, 2013년 12승4패, 지난해 11승4패1무였다. 3년 연속 꼴찌 한화는 삼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삼성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화와 상대 전적을 절반 수준으로만 맞췄다면 삼성은 넉넉한 1위였다. 그러나 한화전 3할이 되지 않는 승률이라면 한국시리즈(KS) 직행을 노리기 쉽지 않다. 그러면 역대 최초 KS 5연패도 힘들어질 수 있다.
▲한화 "이대로 사자만 잡으면 가을야구"
반면 한화는 삼성 덕에 가을야구를 맛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07년 이후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현재 한화의 5할 +3승은 삼성전 5승2패의 마진과 공교롭게도 같다.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화는 삼성을 상대로 6경기 이상을 +로 챙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승률이라면 팀당 16차전에서 11승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한화전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힘겨운 1위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지난달 홈 3연전에서도 한화에 1승2패로 밀린 이후 두산에 1위를 내주는 등 고전했다.
한화는 올 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뒤 팀의 끈기와 짜임새가 달라졌다. 삼성을 상대로 잇따라 스퀴즈 번트로 허를 찌르며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구도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화와 삼성의 전력은 워낙 차이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용병술과 승부 근성은 예상 못한 결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과연 삼성과 한화의 달라진 천적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까. 또 올해 가을야구 판도는 바뀔 수 있을까. 변화는 언제나 흥미롭고 팬들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