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전문직 정모(43)씨는 지난 10일 오후, 반차를 낸 뒤 13살과 7살 두 딸과 함께 충남 서천의 본가를 찾았다.
두 아이들을 '메르스 청정지역'인 서천 할머니 댁에 데려다 놓기 위한 것으로 대전지역 메르스 확진 환자가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을 넘어 둔산 도심의 을지대병원까지 확산되면서 내린 결정이다.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아이들을 '피난' 시킨 것.
초등학교와 유치원 모두 화요일인 9일부터 금요일인 12일까지 휴업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도 정 씨의 본가행 이유 중 하나다.
정 씨는 "우선 이번 주말까지 아이들을 맡겨놓으려고 해요. 만약 그 때까지 진정세가 보이지 않으면 더 맡겨놓아야겠죠."
대전 둔산동의 맞벌이 김모(40)씨 부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살 딸과 5살 아들을 본가인 충북 내수 지역으로 '피난'시켜야 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집 인근인 을지대병원의 확진 환자 발생이 이 같은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김 씨는 "그 동안 어린아이들에게는 별 다른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어차피 유치원도 휴업 상태로, 아이들을 본가에 맡겨야 하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메르스 사태 초기 8살 아들과 7살 딸을 충북 옥천 본가에 맡겼던 경기도 수원의 맞벌이 김모(33)씨 부부는 최근 부랴부랴 아이들을 도로 데리고 갔다.
국내 90번 환자(62)가 옥천에서 발생했기 때문인데, 특히 이 환자가 옥천 제일의원과 옥천 성모병원 등을 거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밤, 김 씨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한편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 휴업 등에 따라 감염 차단은 물론 돌봐줄 사람 역시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원할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에게는 유급휴가를 주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