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 미얀마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 나설 23명의 대표팀을 소집한 지난 8일의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건장한 체격을 갖춘 선수의 등장에 취재진은 웅성거렸다. 얼핏 봐도 키 186cm, 몸무게 75kg의 기성용을 연상하게 하는 체격조건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던 주인공은 일본 J리그 비셀 고베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 정우영(26).
186cm, 78kg의 당당한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그는 바짝 깎은 머리카락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파주NFC에 나타났다. 비셀 고베에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주장을 맡을 정도로 인기도 좋은 정우영은 생애 첫 국가대표팀 발탁이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했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부분을 최대한 따르겠다"고 대표팀 발탁 소감을 밝힌 그는 "신체조건이나 수비력, 세트플레이 같은 부분에서 대표팀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소속팀에서 하던 대로 대표팀에서도 자신 있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선보였다.
A매치 경험이 없는 '신예' 정우영의 자신감은 절대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꾸준한 관찰을 통해 발굴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최종 국내 훈련을 진행할 당시 정우영을 불러 직접 기량을 점검했다. 하지만 기성용이 버티고 있는 만큼 정우영의 A매치 데뷔는 불발됐다.
정우영을 향한 슈틸리케 감독의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일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정우영의 경기력을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는 기성용이 가벼운 무릎 수술로 합류하지 못한 6월 A매치에 정우영을 소집해 A매치 데뷔 기회를 줬다.
정우영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풀 타임 활약했다. 정우영은 기성용의 파트너였던 한국영(카타르SC)와 호흡을 맞춰 UAE와 '중원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한국영이 철저하게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은 가운데 정우영은 기성용이 했던 볼 배급을 담당했다.
정우영의 투입은 단순히 대표팀의 주장이자 붙박이 주전인 기성용의 빈자리를 대신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결과도 성공적이다. 경기장을 쉴새 없이 누비던 정우영은 상대가 공격할 때는 빠르게 수비에 가담해 슈팅 타이밍을 빼앗는 역할까지 했다.
파주NFC에 입성하며 "성용이 형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래도 성용이 형과 경기력이 같을 수는 없다"고 겸손해했던 정우영은 "성용이 형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제 A매치 1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지만 정우영은 기성용의 부담을 덜어줄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일본 J리그를 발판 삼아 유럽 진출을 꿈꾸는 정우영의 '성공 시대'는 '태극마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