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조사도 비켜간 삼성병원…벌써 67명 감염

보건당국 조사는 지지부진… WHO 일정도 너무 짧아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활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합동조사단은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 등 WHO 전문가 8명과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 소장 등 국내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종민기자
국내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평가단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병원 측 설명만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HO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13일 한국-WHO 합동평가단 활동 결과 브리핑에서 "앞서 감염된 환자는 굉장히 복잡한 응급실에 입원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를 할 기회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방통제 조치를 아무리 최적화된, 최선의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매우 붐비는 곳에서 이행하는 과정에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더 잘 이행할수 있을 것인가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이날 현재까지 67명의 환자를 낸 삼성서울병원이 예방 통제에 미흡했음을 확인한 것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문제점이나 대응방안에 대해선 WHO 차원의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WHO 평가단이 불과 닷새간의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삼성서울병원 등에 대해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과 합동평가단은 지난 9일부터 국내 메르스 발병 의료기관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조사 대상이나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은 "지난 10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응급실과 병동 등을 둘러봤다"는 보도자료와 10여 장의 홍보사진을 배포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후쿠다 사무차장이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우리에게 병원 상황에 대해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강조한 걸 볼 때 병원측의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받았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보건당국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당국 역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앞서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회를 꾸려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14번(35) 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동안 메르스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건당국은 14번 환자의 동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조차 보름이 지나도록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노출 기간에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 조치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전날 브리핑에서 "환자 30명과 가족 22명은 관리의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응급실 방문자들에 대해선 여전히 "파악 중"이라는 설명만 내놨다.

최초로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정형외과 외래 방문자인 115번(77·여) 환자의 동선에 대해서도 정확히 공개된 건 없다.

결국 WHO 평가단이 직접 조사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고, 보건당국도 충분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측 설명에만 의존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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