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양분' 거포-준족 전쟁, 올해의 승자는?

'올 시즌 득점 1위는?' 올해 프로야구 득점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넥센 박병호(왼쪽 위부터 반 시계 방향), NC 에릭 테임즈, 한화 이용규,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자료사진=각 구단)
야구에서 1, 2번 타순을 흔히 '테이블 세터'로 부른다. 중심 타자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리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1, 2번 타자들은 통상 득점이 많다. 출루를 많이 하고 도루에도 능한 타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타점이 중심 타자들의 몫이라면 득점은 테이블 세터진의 자존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득점왕이 꼭 준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심 타순에 배치된 거포들도 시즌 득점 1위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상대 집중 견제에 볼넷과 출루율이 높은 데다 뒤를 받치는 타자들의 클러치 능력이 탁월하면 오히려 득점은 테이블 세터진보다 많아진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도 그런 양상이다. 득점 1위는 4번 타자들의 몫이다. 13일까지 넥센 박병호와 NC 에릭 테임즈가 57개로 공동 선두다. 그나마 삼성 야마이코 나마로가 3위(53개)로 1번 타자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으나 공동 3위인 넥센 유한준 역시 팀의 5번 타자다. 한화 테이블 세터 이용규가 52개로 뒤를 잇는다.

'올해 득점왕은 우리 손에' 4번 타자 못지 않은 강력한 존재감과 타점 본능을 선보이고 있는 넥센 유한준(왼쪽)과 NC 이호준.(자료사진=넥센, NC)
박병호와 테임즈의 공통점은 강력한 타자들이 뒤를 받친다는 점이다. 워낙 장타력이 좋아 출루율이 높은 데다 후속 타자들이 강해 홈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은 것이다.

박병호는 올해 타격 1위(3할9푼2리)에 빛나는 유한준이 뒤에 버티고 있다. 유한준은 홈런 7위(16개), 타점 4위(55개)로 박병호(19홈런, 50타점) 못지 않다. 출루율 7위(4할2푼5리)인 박병호는 유한준 외에도 윤석민(8홈런, 40타점)과 김민성(6홈런, 38타점) 등 지뢰밭이 뒤에 있어 홈을 자주 밟는다.

테임즈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과 함께 타점 공동 1위(65개)인 이호준이 떡 하니 5번 타순에서 버티고 있다. 테임즈가 득점 1위와 출루율 3위(4할6푼8리)를 달리는 데는 이호준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역대 득점왕의 면면을 봐도 거포들은 준족들과 타이틀을 양분했다. 지난해까지 33시즌 동안 배출된 득점왕 37명(공동 수상 포함) 중 20명이 범 테이블 세터였고, 17명이 중심 타자들이었다.

'야구는 이종범, 홈런은 이승엽, 득점은?' 33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역대 최다 타이인 5번씩 득점왕에 올랐던 KIA 전설 이종범(왼쪽)과 삼성의 국민 타자 이승엽.(자료사진=KIA, 삼성)
대표적인 경우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이다. 전형적인 1번 타자인 이 위원과 3, 4번 타자인 이승엽은 통산 5번 득점 1위에 올랐다.

해태와 KIA 톱타자였던 이 위원은 워낙 출루와 도루 등 야구 센스가 빼어났고, 이승엽은 전성기 엄청난 홈런 페이스에 출루율이 높은 데다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마해영(은퇴) 등 후속 타자들까지 무서웠다.

최근 10년 사례를 보면 준족들이 근소하게 앞섰다. 06년 박한이(삼성, 89개)를 비롯해 07, 08년 두산 육상부였던 고영민(89개), 이종욱(현 NC), 09년 SK 정근우(현 한화, 이상 98개)에 이어 지난해 넥센 부동의 1번 서건창이 1999년 이승엽의 128득점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135개)를 세웠다.

거포들 중에서는 09년 KIA 최희섭(98개)과 10년 롯데 이대호(현 소프트뱅크, 99개)와 13년 박병호(91개)가 자존심을 세웠다. 올해도 일단은 거포들이 득점 선두권을 형성하는 모양새로 지난해를 설욕할 기세다.

과연 올 시즌 득점왕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거포와 준족군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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