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삼성병원 '짬짜미 늦장 공개' 의혹

의사·이송요원 '비격리 확진' 알고도…WHO 발표 이후로 공개 미뤄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 진료 의사와 이송요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미리 알고도, WHO(세계보건기구) 평가 발표 이후 뒤늦게 공개해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보건당국과 WHO 합동조사단이 "질병관리본부가 정말로 훌륭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보여줬다"며,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결과를 발표한 건 주말이던 지난 13일.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37) 환자와 이송요원인 137번(55)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하루 전인 지난 12일이다.

두 사람은 감염된 이후로도 격리 대상에선 빠진 채 길게는 열흘 가까이 환자들을 진료하거나 옮겨온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30일 14번(35) 환자의 확진 이후에도 보름 넘게 버텨온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를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WHO 발표 직전인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존재'를 꽁꽁 숨겼다는 점이다.

당시 당국은 밤새 추가된 확진 환자를 발표하면서 "134~138번 환자 다섯 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역학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WHO 발표가 끝난 뒤 같은날 오후 가진 브리핑에서는 이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원내 이송요원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바로 137번 환자였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137번 환자로 인해 노출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3의 새로운 '수퍼 전파자'가 되지 않도록 민관합동팀과 논의해 집중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역학조사중"이라던 다섯 명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이틀이 지난 14일에야 공개했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조사가 안돼 말씀을 안 드렸던 것"이라며 뒤늦은 공개의 이유를 댔다.

그동안 당국이 "역학조사중"이라고 언급한 경우는 119번(35) 환자처럼 감염 경로나 동선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뿐이었다.

따라서 다른 이도 아닌 삼성서울병원의 의사와 이송요원을 두고 "역학조사중"이라며 공개를 이틀씩이나 늦춘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을 봐주기 위해서 이처럼 방역이 뻥 뚫린 사실을 WHO 발표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 병원 의사인 35번(38)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도 사흘 뒤쯤 늑장 공개해 '봐주기 의혹'을 자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권덕철 반장은 "우리가 삼성서울병원을 봐준다, 이런 것은 제 양심을 걸고 말씀 못 드린다"고 했고, 정은경 반장도 "조치가 늦게 됐거나 투명하지 않아서 말씀 못 드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국은 또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간전문가 및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이 삼성서울병원의 접촉자 관리 및 부분 폐쇄 등을 지휘하고 있다"며 "정보 교류에도 문제가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당국과 병원 측이 구멍 뚫린 방역 대응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WHO로 하여금 국민 판단과 동떨어진 결과를 발표하게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관대한 평가를 내놨던 WHO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긴급위원회를 16일 소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타릭 자사레빅 WHO 대변인은 "현 상황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소집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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