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볼까요?
◆ 김성완> 지난 주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가 열렸는데요. 이번 대회는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중단된 지 9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꽁꽁 언 한일관계, 축구로 풀릴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한국팀이 일본팀을 상대로 8:4.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면서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더블스코어 차이가 났는데요. 한국팀이 경기 내내 게임을 압도했습니다. 전반전에만 4골을 쓸어담았다고 하는데요. 구성진을 보니까 선수급 선수들이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연합 최재성 의원인데요. 학창 시절에 축구 선수급으로 활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게임이 안 되겠죠. 그런데 아무리 친선축구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이기면 진쪽에서 기분이 좀 상하잖아요. 그래서 후반전에 2진급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고 하는데, 이번 행사를 주도한 한국국회의원축구연맹 회장이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인데요. 정 의원이 선수들한테 ‘너무 열심히 뛰지 마’ 이렇게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그것도 또 안 돼서 히든카드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골키퍼로 투입을 해서 일본팀이 3골을 몰아넣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요.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8:4로 이겼습니다, 우리가.
◇ 박재홍> 한일관계는 냉랭하지만 한일의원들 축구대회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군요.
◆ 김성완> 그렇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축구가 끝나고 난 다음에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갈비 만찬을 했다고 합니다. 2시간 내내 식당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한국과 일본 인원이 각각 20여 명씩 참석을 했는데 한국과 일본 의원들이 한자리에 섞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일본의원들은 보통 한국식 폭탄주를 즐기지 않을 텐데 폭탄주가 계속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돌았다, 그래서 굉장히 유쾌한 자리였다고 합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메르스 사태에도 한국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취지의 건배사를 했고요. 일본측 대표로 참석한 에토 의원은 오늘 축구대회를 기점으로 한일관계가 새롭게 킥오프를 한 거다, 그러면서 건배사를 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 박재홍> 아무튼 축구는 재미있게 하신 것 같은데. 축구는 축구고, 외교는 외교이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까, 이게 가장 큰 질문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예를 하나 들어드리면 미국이 중국의 장막을 걷어낸 게 뭐였습니까? 스포츠 경기였잖아요.
◇ 박재홍> 핑퐁이었죠.
◆ 김성완> 핑퐁외교라고 하잖아요. 한일의원 친선축구대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되는데요. 왜냐하면 과거 역사를 보면 이 대회가 한일관계의 바로미터, 상징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습니다. 친선축구대회가 시작된 게 1998년이었는데요. 그때는 한일간의 공동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때도 한일 관계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매년 서로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친선축구대회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의원들이 오가면서 사실은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친선축구대표단을 통해서 서로 만나고 싶다, 이런 의향을 전달하기도 했었고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당시에도 제기가 됐었는데, 악재가 불거지면서 대회가 연기가 되는 그런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었지만 고이즈미 총리 방한을 계기로 다시 대회가 열리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말씀하신 김대중 정부 시절, 그나마 한일관계가 굉장히 좋았을 때 아니었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러니까 한일간 의원간 친선 축구가 한일관계를 상징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린 건데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한일관계가 좀 삐걱대기 시작했잖아요. 독도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었고. 2005년에는 일본 위원 100여 명이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했는데 그때 거의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의원들이 야스쿠니 참배하는 의원들은 친선축구대회에 참가하지 말라, 이런 통보를 했어요. 그런데 일본쪽에서 볼 때는 아니, 이건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왜 이걸 외교로 끌어들이느냐 그러면서 우리는 그러면 참가 안 해, 그러면서 대회가 못 열리기도 했었고요. 그후 2006년 7월 대회를 겨우 우여곡절 끝에 열기는 했었지만 그 직후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훨씬 더 심했잖아요, 한일관계가. 그러면서 한 번도 열리지 못했고요. 당시 국회의원 축구연맹 회장을 맡았던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2010년에도 그렇고 2013년에도 그렇고 대회를 한 번 열어보자, 이러면서 날짜까지 잡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한일관계의 그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난 다음에는 아예 열리지 못하다가 이제 집권 3년차 올해 9년 만에 대회가 치러지게 되는 거죠. 이런 면에서 사실은 상징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 박재홍>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의원들이 가져온 아베 총리의 친서를 받는 걸 거부했다, 이런 말도 있었는데.
◆ 김성완> 이 부분이 참 복잡미묘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대회가 결정된 게 올해 1월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한일 의원 연맹 소속 의원들, 그러니까 서청원 의원이 지금 회장을 맡는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아베 총리를 만났거든요. 그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굳은 메시지를 전달을 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뭐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이런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 직후에 친선 축구를 하기로 했고 심지어 박 대통령이 시축을 하는 방안도 검토가 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나흘 전 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왔다, 상당한 진전이 있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이걸 두고 해석은 분분하기는 하지만 한일관계가 겉으로는 지금 굉장히 꽁꽁 얼어붙은 것 같지만 그 밑으로는 고위급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거 아니냐, 뭔가 조만간에 한일관계가 풀릴 만한 뉴스나 이벤트가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메르스 때문에 미국 방문을 취소를 했잖아요. 굳이 생각을 해본다면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난 다음에 3년차에 일본과의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 되니까 한일정상회담까지 뭔가 고려를 했을 법하지 않았을까 이런 추측도 개인적으로 한 번 해봅니다. 그러니까 한일의원친선축구가 그냥 단순히 축구의 차원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봐도 그렇고 지금 뭔가 한일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조짐을 볼 때도 그렇고. 나중에 한일관계가 풀리고 난 다음에는 ‘아, 그때 한일친선축구가 이래서 열렸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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