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보수세력, 박원순 망신주려다 문형표 잡나?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의료단체가 박 시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명예훼손 전담부서인 형사1부에 배당됐다고 한다.

박 시장을 고발한 의료단체는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곳이며 의사출신으로 알려진 최대집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최 씨가 ‘자유개척청년단’이라는 보수단체를 이끌었던 점을 볼 때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곳도 보수성향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박 시장을 수사 의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가 5월 31일 오전이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났고, 당일 즉시 자가 격리 후 바로 후속조치를 취해 6월 2일 최종 확진판정을 받았는데도 박 시장이 1일 확정판정을 받았다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2) 35번 환자가 5월 30일 참석한 행사는 메르스 증상 발병 전으로 질병 특성상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당시 행사에 참석한 1,565명이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주장했다는 것이다.

3)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요청으로 서울시 각급 관계자 회의가 열렸고, 협조체계 구축과 정보 공유를 당부한 상태였는데도 박 시장이 복지부가 서울시의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와 관련한 팩트를 체크해 보자.

1) 과 관련한 쟁점은 31일 오전이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났는지, 6월 2일 확진판정을 받았는지 여부다.

복지부가 서울시에 제출한 35번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이 환자의 일자별 증상이 나타나있다.

29일에는 ‘가벼운 기침’, 30일에는 ‘미열, 기침’이라고 명확히 표기돼 있다. 누가 보더라도 35번 환자가 31일 이전부터 증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복지부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기획반장도 6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환자(35번 환자)는 5월 29일부터 증상이 나타났고, 30일 기침, 31일에는 온도가 올라가고 기침과 가래 등이 생겼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음으로 이 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 시점이다.

복지부가 35번 환자에게 확진 사실을 '통보'한 시점은 2일이 맞지만, 복지부가 확진을 '판정'한 시점은 1일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복지부가 35번 환자의 확진 사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4일에야 비로서 언론에 공개하는 등 이 환자의 확진 날짜가 오락가락한 데서 비롯된 오해인 것으로 보인다.

2) 와 관련한 쟁점은 35번 환자의 30일 상태가 감염 위험성이 있었느냐 여부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35번 환자의 언론 인터뷰를 들어 이 환자가 31일 오전에야 증상을 자각해 스스로 격리하고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 환자가 본인의 감염 여부를 ‘언제 자각했느냐’가 아니다.

31일 자각했더라도 그 전에 이미 객관적인 증상이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다중을 접촉했다면 그 것이 문제인 것이다.

15일 현재 복지부가 150명의 메르스 환자가 확진판정 전에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파악해 밀접접촉자들을 격리시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박 시장이 확진환자의 확진전 감염가능성을 허위로 유포했다면, 현재 복지부의 메르스 대응도 모조리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3) 과 관련한 쟁점은 박 시장이 4일 심야 브리핑을 하기전에 복지부가 서울시에 얼마나 자료 협조를 했는지 여부다.

먼저 3일 밤 11시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대책회의가 열린 것은 맞다. 그러나 이 회의는 35번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그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물어보고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35번 환자에 대한 정보가 일부 공유됐다.

추가 정보 공유를 바라던 서울시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시장이 문형표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직접 전화해 담판을 지으려 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로 부각 된 이후 그 동안 일관했던 비밀주의를 벗고 7일 이후 정보공개 체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허위사실 운운하며 박원순 시장을 겨냥하면 할수록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지난 행적이 더욱더 부각될 뿐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견제가 결과적으로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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