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격리자는 유원지를 활보하기도 하는 등 충북에서도 메르스 확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15일 충청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옥천에서 자가 격리자였던 A(49) 씨가 몰래 자택을 벗어났다.
A 씨는 보건당국이 슈퍼 전파자로 분류한 메르스 90번째 확진 환자와 지난 1일 계모임을 한 밀접 접촉자였다.
하지만 옥천군보건소는 하루 두 차례 실시하는 발열 체크를 위해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집을 찾아서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부인으로부터 "생계가 막막해 사무실에 나갔다"는 말을 전해들은 보건소 직원들은 경찰과 함께 집에서 8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A 씨를 찾았다.
결국 보건소 직원들은 "생계가 당장 급한데 집에 있으면 돈을 줄 것도 아니지 않냐"며 하소연하는 A 씨를 설득해 메르스 검사를 진행한 뒤 한 시간 30분 만에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도내 첫 확진자 발생 지역으로,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약속이 이미 헛말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건당국이 적극적인 대처는 뒤로 한 채 아직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옥천보건소 측은 청주CBS가 취재에 들어가자 "격리자가 출근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옥천에서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증거 등을 확보해 재차 사실 관계를 묻자 뒤늦게 "개인 사무실이어서 집이나 다름없다"며 "접촉자가 하나도 없었던 만큼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14일 청주에서는 자가 격리대상자인 50대 여성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휴일 나들이객들이 몰리는 상당산성 잔디공원을 찾는 일도 벌어졌다.
우연히 이 여성의 말을 엿들은 시민이 신고를 했고, 이미 자리를 뜬 이 여성을 보건당국이 뒤늦게 찾아 사실을 확인하면서 검사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마저도 우연히 격리대상자의 말을 엿들은 시민 신고가 없었다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다.
이날 현재 도내에서 메르스 격리조치자는 모두 100여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메르스 차단망에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리는 상황.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보건당국의 무능함 속에 성숙한 시민 의식 만이 메르스 대유행을 막는 유일한 길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