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與가 때릴수록 '고공행진' 역설

박원순 서울시장.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와 여당이 연일 박원순 시장을 때리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연 직후부터 15일까지 박원순 시장 리더십을 생채기내고 있다.

박 시장은 삼성병원 의사 환자의 무분별한 일반인 접촉 사실을 공개하며 삼성병원의 안이함과 정부의 불투명한 메르스 대처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5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고, 여당 인사들은 너도나도 박 시장의 기자회견을 공격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립의료원을 방문해 “혼란을 초래했다”며 박 시장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중앙방역대책본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와 주말인 6일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에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며 강조하고 “이 상황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중앙 정부의 협력의 자세를 요구했다.

청와대의 기류를 읽은 여당은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계속 높이더니 급기야 15일엔 맹폭을 퍼부었다.

박 시장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1등으로 부상한 데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자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보수단체의 박 시장 고소가 있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난리가 난 것도 아닌데 박 시장이 한밤에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 과장된 사실로 국민 공포를 확산시킨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이 최고통치자처럼 행세하는데 메르스 사태를 업고 정치적 이득을 취득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박인숙 의원은 “정치 놀음도 분수가 있지 사람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자료사진
하태경 의원은 16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시장은 잘못된 자료를 가지고 뻥튀기를 하고, ‘똥볼’을 찼다”면서도 “검찰 고발은 사려 깊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박 시장은 병원들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1500명을 격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들이 박 시장을 깎아 내리는 사이 박 시장의 지지율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의 박원순 시장 메르스 불안 조성 비판론과는 별개로 박 시장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를 제친데 이어 김무성 대표까지도 뛰어넘으며 1위를 구가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6월 둘째주 대선 후보 조사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6.1%p 급등한 19.9%로 김무성 대표(19.5%)를 밀어내고 1월 첫 주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박 시장은 1주일 전에는 1위에 오른 지역이나 연령대가 하나도 없었으나, 이번에는 서울과 호남, 20대와 30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박 시장의 급상승세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증대되고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시기에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박원순 시장의 위기의 리더십이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리더십 실종으로 판명나는 마당에 박원순 시장만이 뭔가라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박 시장의 대국민 인지도는 강화되면 됐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청와대와 여당이 박 시장을 비판하면 할수록 박원순 시장의 대국민 인지도는 더 올라가고 위기의 지도자상만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적을 키워주는 최고의 방법이 국가 공권력 동원과 과도한 공격을 통한 ‘죽이기’라는 역설은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김대중 죽이기’가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이 박원순 시장을 연일 호재 삼아 공격하면 할수록 박 시장의 주목도는 급상승할 것이고 당분간 추월하기 힘든 야당의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시장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전법인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부추겨 혼란을 증폭시키고 국민 불안을 더 심화시켰다고 주장하지만 박 시장이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즉각적인 대응 요구 등으로 인해 중앙과 지방 정부가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총력 대응 제체로 전환됐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이 새누리당 주장처럼 일부 불확실한 자료를 언급했다고 할지라도 정부의 초동 대응 잘못과 확진 과정의 문제, 삼성병원의 은폐가 사실로 드러났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사실 중구난방이던 메르스 대응이 중앙-지방 간의 일사분란한 체계를 갖추고 정부가 메르스 병원들을 공개했으며 삼성병원의 무능과 오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물론 부실한 자료에 근거한 박 시장의 한밤중 기자회견이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 측은 거세게 일고 있는 박원순 바람은 머지않아 꺼질 거품이라는 입장이다.

메르스 때문에 일고 있는 거품인 만큼 메르스가 종식되고 나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그런 만큼 박 시장의 메르스 대응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의 싸움에 휘둘릴 필요가 없으며 메르스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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