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보험, 곧 출시?…보험사·금융당국 '금시초문'

손발 안 맞는 외국인 관광객용 메르스 보험…'여론무마용 설익은 정책' 지적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메르스의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정부가 메르스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 메르스 안심보험’을 두고 부처 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메르스 안심보험을 다음 주 초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상품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어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긴급 브리핑에서 "오는 22일부터 1년 동안 한국을 찾는 모든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국과 동시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감염되면 3천만 원, 사망 시 1억 원까지 보상하는 보험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메르스 안심보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문광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보장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여행 오시라는 프로모션의 성격"이라며 "22일쯤까지는 (보험사와 상품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다는 뜻이고, 그때쯤 이것을 런칭할지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보험사, 당장 일주일뒤 보험상품 내놔야...'어리둥절'

그러나 당장 일주일 뒤 보험 상품을 내놓아야하는 보험업계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정부가 보험업계를 상대로 메르스 안심보험 출시에 대한 의사를 타진한 바 없고, 새로운 보험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가능성 등 각종 통계가 필요한데 메르스에 대한 통계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당장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행경비나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은 보험료 책정을 위해 관련 통계가 필요한데 메르스는 통계가 없어 메르스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의 보험료 산출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험료로 1억~2억 원을 책정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어리둥절했다"며 "정부가 보험업계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보험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국내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치료비를 정부에서 대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메르스는 잠복기간이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출국한 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해당 국가에서 치료를 받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치료 적정성을 판단할 방법이 없어 해당 국가에서 지출한 치료비 등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보험 출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일부 보험사들 역시 ‘문광부가 앞서 자사가 출시했던 외국인 여행객 대상 보험 상품에 대한 문의를 했을 뿐 메르스 보험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문광부로부터 문의나 협조요청 없었다"

금융상품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 역시 “메르스 보험상품 출시와 관련해 문광부에서 문의나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문광부에서 개별 보험사를 직접 접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메르스에 대한 악화된 여론 무마를 위해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메르스 보험 출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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