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이용득, 최재성카드 반대…당직인선 '진퇴양난'

전략홍보본부장에 민병두.안규백, 비서실장 박광온 거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윤창원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직인선이다.

선거 패배이후 심기일전(心機一轉) 차원에서 정무직 9개 자리를 새로운 인물로 채울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사무총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다. 문재인 대표는 범친노그룹인 최재성 의원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비주류의 반발로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추스른 당내 갈등이 '최재성 카드'로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 주변에선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전략통'인 최 의원으로 가야한다는 얘기가 여전히 많다.

◇사무총장이 뭐길래…또 계파 신경전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친노·비노 구분없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연직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당 대표와 공심위간 다리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사무총장자리는 공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대표 측은 최재성 의원을 낙점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최 의원은 4.29재보선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최 의원은 야당 지지층에 호응을 얻고 있는 경제유능정당론이 젊은 유권자들이 별 관심이 없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묻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지난 주 중에 사무총장 인선을 하려 했지만 비주류의 강한 반발로 보류해 놓을 상태다. 문 대표가 다른 인물을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변 인사들은 "아직 뚜렷한 대안 카드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당직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결국 최 의원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는 최고위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도 주변에 "당직 인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주류 측에서는 얼마든지 사람이 있다며 굳이 분란이 예상되는 친노인사를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왜 비주류 인사에 대해 과감하게 중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다"며 "이를 통해 자기 사람을 더 만들수 있는데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은 "지난 당직 인사보다 더 후퇴한 것이어서 최 의원에 대해선 찬성할수 없다"고 못박았다.

비주류 측에선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공동위원장(정세균 의원), 정책위 의장(강기정 의원)에 이어 사무총장까지 범친노가 맡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고위 의결' 당규, 탕평 인사 요구 등 관건

문 대표가 사무총장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현행 당규에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지난 7.30재보선 패배이후 개정된 당규에는 '사무총장 및 전략홍보본부장과 디지털소통본부장은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당 대표가 최고위 위원들과 협의해서 임명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의결을 거치도록 문턱을 높여놨다.

현재 최 의원에 대해선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당직자는 "인사 문제를 놓고 최고위원 표결로 할수도 없어 문 대표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 의원을 고수하면서 일부 자리에 대해 '탕평 인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전략을 책임질 전략홍보본부장 자리에 민병두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민 의원은 비주류에 속한다.

정책연구원장 지내면서 당의 진로와 전략에 대해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 의원 외에 우윤근 원내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을 역임한 안규백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 의원은 제안을 받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안 의원은 아직 제안을 받지 않은 상태다.

비서실장 자리에는 김한길 대표시절 대변인을 했던 박광온 의원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에 다양한 인물들을 참여시키지 못해 비노 측의 반발을 사면서 문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가 당직 인선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는 향후 계파 갈등 흐름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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