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덥고 습한 현지 날씨에 지친 선수들은 무기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58위에 오른 한국이지만 143위의 미얀마를 상대로 예상보다 적은 2골을 넣으며 어렵사리 승리했다는 점은 밤 늦도록 이 경기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을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이 경기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집중적으로 주문했던 세트피스에서 2골이 터진 것은 위안이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전담 키커로 나서 코너킥에서 이재성(전북)의 결승골을 돕는 정확한 패스를 배달한 데 이어 프리킥에서는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무회전 슈팅으로 직접 골 맛까지 봤다.
내용 면에서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지만 ‘슈틸리케호’는 분명 승점 3점을 얻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분명한 ‘성공’이다. 다른 조의 상황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슈틸리케호와 평가전을 치렀던 A조의 아랍에미리트(UAE. 73위)는 세계랭킹 146위의 동티모르와 원정 1차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에이스’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결승골이 후반 35분에 터졌다는 점에서 지난 한국전의 0-3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B조의 호주 역시 키르기스탄(177위)과 원정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지만 분명 ‘아시안컵 우승팀’이자 세계랭킹 63위에 올라있는 호주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세계랭킹에서 최하위권에 그치는 상대와 맞대결에서 2-1 승리는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D조 1위가 유력한 ‘아시아 톱 랭커’ 이란도 투르크메니스탄(173위)와 예선 첫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쳤다. E조의 일본은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앞서 팀들이 모두 원정에서 첫 경기를 치러 고전했지만 일본(52위)은 안방에서 망신을 당했다.
154위의 싱가포르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AC밀란)와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등 유럽파를 모두 출전 시켰다. 기분 좋은 대승을 노렸지만 35개의 슈팅(유효슈팅 18개)을 쏟아 붓고도 0-0 무승부에 그쳐 경기장을 찾은 5만여 축구팬의 야유를 불렀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경기는 부탄을 6-0으로 대파한 C조의 중국과 예멘 원정 1차전 1-0 승리에 이어 우즈베키스탄과 홈 경기도 4-2로 승리하며 H조 1위가 된 북한 정도다.
최종예선에는 8개 조의 1위와 각 조 2위 가운데 상위 4팀까지 총 12팀이 진출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팀들은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원한다. 그래서 초반부터 승리하는 것이 필수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호'의 승점 3점은 결코 실망스러운 성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