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금피크제 도입 강행…노동계 총파업 예고

하청업체 지원 원청 기업에 세제혜택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종민 기자)
정부가 민간부문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기로 했다.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세제지원 등 각종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오전 10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5개 분야 36개 과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민간기업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제시가 핵심이다.

먼저 현대 56개 공공기관에만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전 공공기관(316개)으로 확대하고, 조선과 금융, 제약, 자동차 등 6개 업종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또 30대 대기업과 중점관리 대상사업장(551개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청년 고용이 창출돼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 신규채용을 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임금피크제 적용 장년 근로자+신용 채용 청년' 1쌍당 연간 1080만원(대기업과 공공기관은 540만원)을 2년 동안 '상생고용지원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20일을 전후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 기준을 발표할 방침이다.

◇상생협력기금 출연금의 7%25를 세액공제…불공정행위 원청기업, 공공사업 입찰 제한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세제 등의 지원을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원청이 하청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할 경우 출연금의 7%를 세액공제해주고, 원청이 하청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복지향상에 기여할 경우 출연금의 법인세 손비를 인정하고 기업소득환류세재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복지사업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하청기업 협상력 강화와 원활한 하도급대금 지급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중기조합 납품단가 조정신청 기간을 현행 7일에서 20일까지 연장하고 하도급대금 지급의 법적 보호 범위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 발생 결제채권을 협력사가 주요은행을 통해 현금처럼 융통하는 시스템인 상생결제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활용실적을 동반성장 지수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청기업이 이를 활용할 때 세액공제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청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익명제보시스템을 활성화하고 불공정행위가 적발됐을 때 공공조달 입찰참가 제한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안전장치도 추진된다.

정부는 원하청의 상생협력과 공정거래가 정착되면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은 엄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의 구체적인 일정은 못 박지 않고 노동계와 타협할 여지도 남겨뒀다.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국내 사업장의 90%가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사측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일 가능성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회사가 마음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지침을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며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가 지켜야할 핵심 약속이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 때는 당사자가 최대한 협의하고 의견을 나눠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역시 충분한 협의를 거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기권 장관은 "임금피크제와 연관한 취업규칙 지침을 보완하는 사실에 대해 (노동계가)자꾸 확대해석 하는 부분이 오히려 현장을 혼란시키고 있다고 본다"며 "(취업규칙)보완을 통한 현장의 갈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그러나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등 일부 기업의 사례처럼 노동자에게 굉장히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사측의 의지대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임금피크제 적용과정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 장관은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가 키져야할 핵심 약속이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 때는 당사자가 최대한 협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취업규칙변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 바람직한 과정이 지켜졌는지 세세히 살펴보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 민주노총‧한국노총 총파업 예고…이기권 장관“국민 지지 못 얻고 비판받을 행동”

이런 정부의 임금피크제 강행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2차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오는 27일에는 정부 주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는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오는 30일까지 총투표를 거쳐 7월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에 이 장관은 "취업규칙 변경은 정부가 법 취지를 반영해 혼란을 없애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제도개선이나 많은 사항에 대해 노사정 충분한 합의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노동계가 총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행동이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청년고용 촉진을 위해 인문계 전공자 취업지원 방안을 이달 안에 해외취업 강화방안은 다음 달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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