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얀마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이 태국 방콕에서 열렸습니다. 사실 월드컵에 8회 연속 진출한 우리나라답게 2차 예선은 크게 의미가 없었는데요. 가볍게 2-0 승리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2002년 한일월드컵 이전으로만 돌려봐도 우리나라는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세계 축구와 격차가 있었다는 의미겠죠.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0년 6월18일에도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바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E조 2차전에서 스페인을 상대한 날입니다.
우리나라는 1차전에서 유럽의 붉은 악마 벨기에를 만났는데요. 악바리처럼 쫓아다녔지만, 기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0-2로 패했습니다. 덕분에 1패를 안고 유럽의 또 다른 강호 스페인을 상대하게 됐습니다.
이회택 감독은 벨기에전과 엔트리를 조금 바꿨습니다. 최전방 투톱 최순호의 파트너로 황선홍 대신 변병주를 투입했고, 고(故) 정용환, 이영진의 부상으로 윤덕여, 황보관이 선발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높은 벽이었습니다. 미첼 한 명에게만 3골을 내주며 1-3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전반은 괜찮았습니다. 황선홍 대신 투입된 변병주와 최순호가 몇 차례 스페인 골문을 두드렸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습니다. 전반 23분 빌라로야의 크로스에 이언 미첼의 발리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윤덕여가 살리나스, 구상범이 미첼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벨기에전과 마찬가지로 후반 와르르 무너집니다. 유럽을 상대로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후반 16분 미첼의 절묘한 프리킥에 꼼짝 못하고 당했고, 후반 36분 다시 미첼에게 왼발 슈팅을 허용합니다. 미첼의 해트트릭이었죠. 당시 스페인의 비밀병기였던 미첼은 이탈리아 월드컵 첫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페인전 패배로 2패가 됐는데요. 우루과이와 3차전을 이겨도 탈락이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승점 2점(당시 승리는 승점 2점)이 되더라도 나머지 5개조 3위팀과 경쟁해야 했던 까닭입니다. 물론 당시 우루과이 전력은 우리보다 위였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품고 3차전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