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안했다?… 우주가 도와줬나?"


-우국 안 읽었다? 금각사와 함께 책에 실려
-과거에도 표절 논란, 오히려 왜 지금에서야..
-의혹제기시 문학계, 출판사 충격 커 쉬쉬
-신경숙 사과 안할 것, 침묵하면 유야무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조영일 (문학평론가)

‘엄마를 부탁해’, ‘외딴방’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신경숙 씨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소설가인 이응준 씨가 신경숙 작가의 단편 소설인 ‘전설’이 일본 소설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인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신경숙 작가는 곧바로 어제 ‘문제의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다’고 밝히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 표절을 둘러싼 진실 공방,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문학평론가 조영일 씨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조영일>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보시기에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라는 작품, 표절이라고 판단하십니까?

◆ 조영일> 일단 이응준 씨가 인용을 한 것처럼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우연의 확률은 굉장히 적죠. 신경숙 씨는 ‘우국’이라는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다고 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인데도 그렇게까지 일치될 정도면 아마 우주가 도와줬을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 박재홍> 우주가 도와줬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조영일> (웃음) 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죠.

◇ 박재홍> 그런데 신경숙 작가의 해명을 들어보면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은 오래전에 ‘금각사’를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국’은 본 적도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전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을 하시는 거군요.

◆ 조영일>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중에 ‘금각사’라는 작품이 가장 유명한 데요. 번역된 종류만 수십 종이 될 정도고요. 문학공부를 하는 청년들은 반드시 읽어야 될 소설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니까 신경숙 작가도 읽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금각사’가 실린 책 속에 또 ‘우국’이라는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한 책 안에 단편이 여러 개가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에 함께 봤을 가능성도 굉장히 많겠네요.

◆ 조영일> 많죠.

◇ 박재홍> 출판사도 어제 해명을 했는데요. 창비의 해명을 보면 ‘유사한 점이라고는 신혼부부가 등장하는 점 정도고, 그리고 문제가 된 그 신혼부부가 부부관계에 눈을 뜨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가 아니다’ 이렇게 해명을 했었거든요. 이런 출판사의 해명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 조영일> 출판사쪽에서의 해명은 '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가 극우민족주의다'라고 약간 폄하하면서 신경숙 씨의 작품이 더 뛰어난 작품이라는 식의 논지를 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건 사실과 전혀 다르고요. 표절이라고 하는 게 전혀 상관이 없는 두 작가가 그렇게 유사한 문장을 써낼 수는 없다라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는 출판사가 말하는 정도의 극우민족주의자 정도로 폄하할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러면 미시마 유키오는 어떤 작가인가요?

◆ 조영일> 미시마 유키오가 44살에 자결해서 죽었는데요. 그 사람은 이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였습니다.


◇ 박재홍> 노벨문학상 후보까지요.

◆ 조영일>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평가가 굉장히 높고요.

신경숙 작가 (SBS 방송화면 캡쳐)
◇ 박재홍> 그리고 일각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이 처음이 아니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과거에도 이런 논란이 있었나요?

◆ 조영일> 저는 이응준 작가가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요. 뭐랄까요? ‘옛날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우국’이라는 작품의 표절 문제는 한 10년 전에도 이야기가 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이것뿐만 아니라 신경숙 작가는 제가 알기로 4, 5가지 작품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 박재홍> 그래요? 그러니까 지금 논란이 되는 ‘전설’ 외에도 4, 5편 정도가 더 있다?

◆ 조영일> 네.

◇ 박재홍> 그러면 표절이라는 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요. 특히나 문학작품을 표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런 표절 논란이 왜 공론화가 안 됐던 건가요? 신문에도 나왔다고 지금 말씀을 하셨는데.

◆ 조영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한국 문단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상 한국 문학의 작가 중에서 실제로 팔리는 작가가 몇 안 되거든요. 출판사나 문단이 몇몇 스타 작가들에 과도하게 좀 의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신경숙 작가에게 큰 데미지가 갈 경우 이 여파가 신경숙 작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출판사, 또 문단 전체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문단 자체적으로 쉬쉬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마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문제를 제기했던 이응준 작가의 경우에도 이런 말을 했네요. ‘신경숙 작가는 한국 문단 최고의 권력이다’ 이런 말도 했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신경숙 작가가 가지고 있는 한국문단의 위치를 표현해 주신다면 어느 정도로 말씀할 수 있을까요?

◆ 조영일> 어떤 분들은 국민작가라고 이야기를 하고요. 문단적 지위를 이야기한다면 황석영 선생이랑 비등비등하지 않을까요?

◇ 박재홍> 거의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중에서 대표적인 작가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문단의 권력이라면 실제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조영일> 그런 경우가 많죠. 일반적으로 문단 사람들은 좀 알아서 기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문제제기를 하죠. 만약에 껄끄러운 사람이 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일단 원고를 청탁을 하지 않는다든지, 책을 안 내준다든지 그런 상황이 되다보니까 사실상 활동을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많은 독자들도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이번 논란이 우리 문학계에 어떤 영향을 주실 거라고 보십니까? 이를테면 자정효과라든지 또 다른 표절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조영일> 아마 별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효과가 없다고요? 이렇게 많이 논란이 됐는데요?

◆ 조영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표절 논란이 있었는데. 대부분 침묵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서 유야무야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평론가들이나 작가들이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불구하고 계속 침묵을 했다는 건 이미 다 공범에 가깝기 때문에 그래서 뭐 이걸 가지고 신경숙 작가가 사과를 한다든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지금까지 관행을 봤을 때 절대로 사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네요.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영일> 네.

◇ 박재홍> 문학평론가 조영일 씨와 함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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