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의 '스페인 악몽', 25년 만에 복수 성공

1990 이탈리아 대회 스페인전서 월드컵 데뷔

현역시절 1990 이탈리아 대회에서 스페인과 조별예선에서 월드컵에 첫 출전해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맛봤던 윤덕여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25년 뒤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짜릿한 복수와 함께 사상 첫 16강 진출의 새 역사를 썼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1990년 6월 17일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홀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1990 국제축구연맹(FIFA)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예선 E조 2차전.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스페인에 1-3으로 분패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황보관의 캐논슛으로 동점을 만든 한국은 다시 후반에만 2골을 내주고 벨기에와 1차전 0-2 패배에 이어 조별예선 2연패로 고개를 떨궜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윤덕여는 벨기에와 1차전에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스페인과 2차전에 당시 대표팀 수비의 핵이었던 고(故) 정용환을 대신해 투입돼 구상범과 함께 당시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던 훌리오 살리나스, 미첼을 전담 수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결과는 1-3 완패. 스페인은 미첼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황보관의 중거리슛으로 1골을 만회한 한국을 무너뜨렸다. 정용환의 빈자리를 대신해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윤덕여는 풀타임 활약했지만 스페인의 3골을 막지 못했다. 후반 7분에는 경고까지 받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윤덕여는 실낱같은 16강의 희망을 안고 경기한 우루과이와 조별예선 3차전에도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에 퇴장까지 당하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악몽’으로 남았다.

당시 윤덕여는 우루과이의 프란세스 콜리를 찰거머리처럼 수비했고, 콜리는 심판이 보지 않는 사이 공이 아닌 윤덕여의 얼굴에 헤딩을 날렸다. 이에 윤덕여는 거친 반칙으로 복수를 시도했고, 주심은 윤덕여에게 경고 없이 즉시 퇴장을 명령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 나선 태극전사들.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1년가량 대표팀 생활을 했던 윤덕여는 A매치 31경기 출전의 기록을 남기고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리고 지도자도 변신해 정확하게 25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했다. 비록 남자월드컵은 아니지만 한국 여자 축구의 월드컵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에 도전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의 랜스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2015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 E조 3차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25년 전 자신이 선수로 출전했던 스페인전과 마찬가지로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8분 조소현(인천 현대제철)과 후반 33분 김수연(화천 KSPO)의 연속골이 터지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1승1무1패(승점4)가 된 ‘윤덕여호’는 브라질(3승·승점9)에 이어 E조 2위로 올라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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