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일기] "절벽서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기분"

낮에는 취준생, 밤에는 독서실 총무…정구희씨 편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된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되며 뒤이어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정구희씨의 닉네임은 백절불굴이다.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겠다는 자세로 구직활동에 임해왔다. 그는 중국의 명문대 칭화대를 졸업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생 시절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어엿한 청년이 돼 2009년에 돌아왔다.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짐을 완전히 싸서 귀국했다. 10년간 중국의 속살을 충분히 맛봤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돌아온 고국의 취업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신문방송 전공을 살려 대기업 계열사의 비정규직 프로듀서로 입사했지만 중국에서의 삶보다 더 열악했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 앞에서 1년만에 꺾이고 말았다.

삶의 '내공'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두 번째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1년 반 가량 몸담은 끝에 그는 다시 사표를 던졌다. 그 일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여전히 방송분야와 중국어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그 것이 지난해 9월이었다. 다시 살벌한 취업 전선에 내 던져졌다.

지난 8개월가량 50여 곳에 입사 신청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은행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하던 지난 4월, 그는 독서실 총무 알바를 시작했다. 낮에는 취준생, 밤에는 독서실 총무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그는 '절벽에서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처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취준일기'를 기록하고 있던 5월 중순경 그는 마침내 가고 싶던 회사에 최종합격했다. 취준생에서 직장인으로 옮겨가는 그의 한달치 음성의 변화를 직접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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