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는 18일 강일우 대표이사의 성명을 통해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문학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출판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전날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창비는 표절 문제에 대해서는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신경숙 작가 문제와 관련해서도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시인이자 소설가 이응준은 지난 16일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창작과비평이 출간한 신경숙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창비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경숙의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은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면서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독자들은 물론 문학평론가들도 잇따라 창비를 비판하고 나섰고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게 일면서 창비는 내우외환에 빠졌다.
창비는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전 간부가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비가 이처럼 '신경숙 구하기'에 나선 것을 사과하고 그의 '표절 가능성'까지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신 작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단에서는 신 작가가 이번 기회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문학계 내부에서도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한국 문학이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