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누리당 안팎에 따르면 청와대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만한 계기가 딱히 없었고, 대통령의 평소 성정을 감안해도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거부권의 당위성은 물론 거부권 후속조치 등을 놓고 차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온 김무성 대표가 사실상 청와대 쪽에 서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게 특징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들을 만나 "법안에 위헌성이 없다고 생각해 가결시켰는데, 이후에 국회의장이 중재해 자구 수정을 한 것만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며 "법제처 검토를 거쳐 정부에서 확실히 입장을 취하면,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삼권분립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거나 "중재안으로 강제성이 줄었다"면서 청와대 주장에 맞서온 유 원내대표 입장에 배치된다. 그는 일단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국회법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논란 확산을 자제했다.
여당 투톱의 이견이 공식화한 가운데, 친박 대 비박의 계파갈등도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미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사퇴론을 제기한 상태다. 친박계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리더십에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애초부터 청와대 의사를 무시한데다, 결국 거부권 행사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비박계도 반박에 나선 상태다. 박민식 의원은 "법률해석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과잉의미 부여해 지도부 책임론으로 견강부회하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분파주의 행동"이라고 친박계 행태를 질타했다.
이 와중에 야당이 "대통령이 큰소리쳤다고 깨갱하면 정당 자격이 없다"고 비박계를 자극하는 등 '거부권 갈등' 폭발요소가 안팎으로 널려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시행령 수정요구권에 강제성이 없다는 여야 합의라도 속히 이뤄져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막았으면 한다"며 "일단 거부권이 행사되면 수습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는 최대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송부로부터 15일'인 법정 시한은 이달 30일이다. 청와대는 이때까지 메르스 사태 진정여부를 봐가면서 거부권 행사 시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의원은 "메르스 사태로 최근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메르스 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권 논란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헌정체제' 들어 역대 대통령들은 법안 송부일로부터 최단 2일에서 최장 14일만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대통령의 고민이 길었던 '거부 법안'에는 △2003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14일) △2004년 3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면법안(13일) △2013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안'(12일)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