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수 "창비의 진정한 사과 나오면 고발 철회"

"표절에 따른 수백 억 이득 다 환불해야"

소설가 신경숙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 출판사 창비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 조치가 뒤따른다면 신경숙 작가에 대한 고발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택수 소장은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 작가와 대중을 우롱하는 듯한 출판사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고 실망을 하고 분노를 느껴서 (신경숙 작가를) 고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소장은 또 "지금이라도 출판사 측에서 독자들에게 표절이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얘기하고, 창비의 대표적 상징인 백낙청 교수께서도 표절이다, 아니다를 분명히 말씀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진정한 사과는 행동과 피해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 소장은 "‘엄마를 부탁해’ 책 한 권만 해도 200만 부가 팔렸다고 하니까, 출판사가 200억 원 이상, 수백억 원의 이득을 봤을 것이다. 작가도 인세가 수십 억이니까요."라면서 "'독자들에게 다 환불하겠다' 이런 정도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되고 법으로 갈 필요도 없게 돼 고발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를 검찰 조사가 아닌 문단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문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현 소장은 "문학에서 자정이 일체 얘기가 안 되니까, 최초 고발한 이응준 작가도 언론사에다가 기고하면서 (표절 문제가) 사회 밖으로 나왔다"면서 "저도 마찬가지로 문학계 내에서 15년 동안은 못 풀었으니까 이건 사회 문제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신 작가의 침묵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작가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답했다.

현 소장은 "(신 작가도) 개인적인 망신도 당하고 얼마나 괴롭겠냐?"라면서 "작가에게 자꾸 나서서 공개 사과하고 입장표명을 하라는 건 지나친 인권침해 같다"고 말했다.

이어 "표절은 결과물인 물증이 있는 만큼 출판사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남편인 문학평론가까지 끌어들이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 대담 전문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

신경숙 작가의 표절의혹 사태, 검찰 고발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표절의혹을 제기한 이응준 작가와 문학계에서는 '이 문제는 문단 스스로 해결할 일'이라며 검찰 고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신경숙 작가를 사기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 고발한 한국사회문제연구원의 현택수 원장을 연결하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현택수>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신경숙 씨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셨는데 검찰 고발까지 하신 건 어떤 이유였습니까?


◆ 현택수> 저는 평소 표절 행위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만연되고 있는데, 이것이 큰 사회문제라고 인식해 왔습니다. 저도 대학에 오랫동안 몸 담았었는데 대학이나 학계에서 논문표절 문제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가 제기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문단계에서도 판박이로 똑같이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 작가와 대중을 우롱하는 듯한 출판사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고, 제가 실망을 하고 분노를 느껴서 고발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했다는 것은 100% 맞다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현택수> 예. 표절이 무슨 고무줄 잣대가 있어서 누가 보면 표절이고 표절이 아닐 수 있고 그런 게 아닙니다. 표절은 사전적 정의가 있고, 인용이나 출처 없이 남의 글을 조금이라도 갖다 쓰면 표절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 언론사에서 많이 보도된 내용을 가지고 충분히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이것이 표절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의 논문 표절도 없고 작품 표절, 가요 표절도 없는 것이죠.

◇ 박재홍> 원장님께서는 신경숙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표절했다고 해서 검찰에 고발을 고발하셨는데. 그럼 내용 자체도 교수님께서 직접 확인하신 겁니까?

◆ 현택수> 네. 저도 확인을 했고요. 내용도 확인 안 하고 고발할 수 없는 거죠, 검찰은 작품을 입수해서 확인하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일부 표절은 표절이 아닌 것처럼 해괴망측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굉장히 반대합니다. 보통 대학이나 학계에서도 ‘표절에 의도가 없었다, 혹은 전체 논문의 창의성을 훼손할 정도의 표절은 아니다’, 이런 식의 아주 말장난같은 궤변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러한 논리에서 고발했습니다. 사람을 주먹으로 한 번 구타하나, 여러 번 구타하나 폭력은 폭력이지 무슨 구타의 횟수나 비율에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보니까 이석현 국회의원이라는 분도 ‘몇 문장 때문에 표절로 고발까지 하냐’ 이렇게 트위터에서 썼다고 하는데, 이거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무슨 논문도 15% 표절이어야만이 표절논란이 나온다? 이런 해괴망측한 기준을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이걸 굉장히 반대하구요. 이건 없는 논리와 없는 기준을 가지고 들이대는 것이라고 봅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그런데 검찰 수사에 대해서 문단계와 출판계쪽에서는 비판적인 입장이 많네요? 일단 한국작가회에서는 ‘검찰 조사는 해괴한 일이다. 검찰 조사가 아닌 문단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 현택수> 그럼 지금까지는 순수한 논의의 장을 한 번이라도 했습니까? 그리고 검찰 조사가 왜 순수한 조사가 아니라는 건지요? 더 나아가서 검찰조사 하는 것이 미개사회라고까지 했다는데, 검찰조사하면 미개한 사회입니까? 문학에서 자정이 일체 얘기가 안 되니까, 최초 고발한 이응준 작가도 언론사에다가 기고한 거 아닙니까? 사회에 여론을 형성시키려고요. 문학계 자체 내에서 안 되기 때문에 사회 밖으로 나온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문학내에서 논의의 장을, 15년 동안은 못 풀었으니까 이건 사회 문제화 돼야 한다라는 겁니다. 마치 대학에서 표절 문제가 수 십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 박재홍> 이 검찰 수사가 진행이 돼서 만약에 표절로 확인이 되면, 그 후에는 어떤 조치가 따라야 하나요?

◆ 현택수> 저도 사실은 검찰이나 사법부를 100% 믿는 사람은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전부 다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만족할 만한 법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요. 물론 시비를 걸면 다 법으로 가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논의 가운데 저자가 어떻게 얘기를 하고 또 출판사가 어떻게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이 또 하나의 사회적인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죠.

사실 법이라는 것이 굉장히 협소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법적인 구성요건이 갖춰지지 못해서 표절임에도 불구하고 기소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형사가 아니라 민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법이 만능이고, 법의 결과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서 논의는 이미 끝났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국은 법으로 가고 언론에서 모든 걸 얘기하면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저의 목적은 작가가 구속되거나 출판사 관계자가 구속되는 게 아닙니다. 독자가 '아, 이건 표절이 맞고 저건 고의성이 있다, 없다'를 판단해서 독자가 환불을 요구하든지...

◇ 박재홍> 알겠습니다. 문학계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은데요. 만약에 법적으로 표절이 확인이 되면 민사적으로 신경숙 작가의 책을 산 독자들에게 반환조치까지 있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 현택수> 저는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이라도 출판사측에서 독자들에게 표절이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얘기하고, 창비의 대표적 상징이 백낙청 교수 아닙니까? 그 분께서 표절이다, 아니다를 분명히 말씀을 하시고, 거기에 대해 말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는 행동과 피해보상이 따라야 되겠죠. ‘엄마를 부탁해’ 책 한 권만 해도 20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까, 출판사가 200억원 이상, 수 백억원의 이득을 봤을 겁니다. 작가도 인세가 수십억이니까요. 독자들에게 다 환불하겠다 이런 정도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만이 이 문제가 해결되고. 법으로 갈 필요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저도 고발을 취소하겠습니다.

◇ 박재홍>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다면 고발도 취소하겠다는 말씀이고요. 그러면 신경숙 작가의 경우에는 창비를 통한 입장 외에는 어떤 입장도 표하지 않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 현택수> 이미 이렇게까지 했는데 개인적인 망신도 당하고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것이 본인이 의도를 했던 미필적 고의든요. 그래서 저는 작가에게 자꾸 나서서 공개사과하고 입장표명을 하라는 건 지나친 인권침해 같아요. 표절은 결과물인 물증이 있는데, 작가의 얘기를 들어가지고 공개망신을 시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작가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이건 출판사하고 독자들이 판단해서 할 문제니까요. 독자들이 표절이다, 속았다고 하면 또 출판사가 인정해야죠. 남편인 문학평론가까지 끌어들여서 이렇게 하는 건 저는 원치 않아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일단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라는 말씀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현택수> 네.

◇ 박재홍> 한국사회문제연구소의 현택수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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