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조점은 달랐다.
박 대통령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면 아베 총리는 “일본에 대해선 한국이, 한국에겐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면서도 전략적 이익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 대해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부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부드럽게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의 짐을 전제조건 없이 내려놓자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신의보다 의지할 만한 것은 없다(無信不立)'는 말을 인용하며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양국 국민들이 마음과 마음의 교류를 더욱 심화하면서, 신의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양국이 함께 취해 나갔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양국 간 신의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는 핵심 조치로는 역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아베 총리의 8월 담화에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내용을 담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할 때, 그런 “화해와 상생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특효가 바로 이런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베 일본 총리는 "일본에 대해선 한국이, 한국에겐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신뢰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면서도 "한일 양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가 도쿄 행사에 참석했다고 소개하면서 "현재 동북아 정세를 생각할 때 일한 양국의 협력 강화, 일미한 3국의 협력 강화는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없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한일 관계가 경색됐지만 양국간 전략적 이익이 크고 이는 한일 양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므로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일 양국 정상의 강조점이 이처럼 다르다는 것은 두 정상의 국교정상화 기념행사 교차 참석이라는 깜짝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한일정상회담 등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