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 감염' 진정됐지만…'게릴라식' 3차 유행 우려

76번 환자에서 비롯된 '4차 감염자'만 8명…전파 경로도 다양화

병원 내 투석실을 이용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견되면서 병원 전면 폐쇄에 들어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학교병원에서 22일 오후 의료진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메르스 1차와 2차 유행은 사실상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반면 보건당국의 방역에 잇따라 허점이 노출되면서, 당분간 '게릴라식 3차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까지 36명의 감염자를 낳은 평택성모병원과 84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메르스 유행의 '1차 진원지'와 '2차 진원지'로 꼽힌다.

1번(68)과 14번(35) 환자 등 두 명의 '수퍼 전파자'가 대형병원에서 '클러스터'(대규모) 감염을 일으켰다면, 현재 빚어지고 있는 확산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산발적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그 중심엔 지난 9일 숨진 76번(77·여) 환자가 있다. 이 환자에게 옮은 '4차 감염자'가 벌써 8명에 이른다.

보건당국도 일찌감치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환자는 76번 환자"라며 "강동경희대병원이나 건국대병원이 노출돼, 접촉자 집중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긴장감을 나타냈다.

이 환자에게 옮은 4차 감염자들의 전파 경로도 강동경희대병원과 구급차, 건국대병원의 응급실과 일반병동까지 다양하다.

또 이들 8명으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전파 경로 역시 강동경희대병원의 투석실과 건국대병원의 6층 병동, 경기 구리시의 병원 두 곳 등으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76번 환자와 접촉한 감염 의심자만도 5백여명. 여기에 이 환자로부터 4차 감염된 사람들과 접촉한 투석환자 97명, 구리시 카이저재활병원 110명 등 '5차 감염' 대상자도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진정세라며 '메르스 종식'의 선언 시점을 검토하던 당국이 다시 초긴장 모드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건대병원에서의 168번 환자 등 격리기간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집중관리병원의 격리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방향을 선회했다.

격리해제 기간이 돌아오더라도 의심자에 대해선 유전자 검사(PCR)를 실시하는 한편, 즉각대응팀을 통해 증상자 여부와 격리해제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당국은 이번 주 들어 확진된 6명의 환자에 대해 "산발적 발생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1차 및 2차 유행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점에서, 76번 환자로부터 비롯된 '3차 유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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