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서청원 의원에게 '내 옆으로 나오세요'…그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누카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대독한 아베 총리의 축사를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벳쇼 코로 주한일본대사와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웃기까지 했다.

500여 명의 참석자들을 향해 눈으로 인사했다.

그러던 박 대통령은 유독 한 사람에게만 옆으로 오라며 애정을 표시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자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이다.

박 대통령은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측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대독할 때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뒷줄에 있던 친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을 불러 왼쪽 옆 자리에 서도록했다.


박 대통령은 뒤에 있던 서 최고위원에게 “회장님께서도 뒤에 서 계시지 마시고 앞으로 오셔야죠”라며 조금 옆으로 움직이며 좌측에 서 최고위원이 서 있을 공간을 확보해줬다.

50주년 기념식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행사 처음에는 앞줄에 서려고 했으나 서로 대통령과 같은 앞줄에 서려고 하는 것 같아 슬쩍 뒤로 빠져 있었는데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 특별한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국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으며 그냥 눈인사와 인사말만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일본 측 한일의원연맹 회장단과 함께 청와대로 박 대통령을 예방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 바로 옆으로 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 측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뒷줄에 서 있던 서청원 최고위원을 맨 앞 줄로 나오라고 한 것은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임을 고려함과 동시에 각별한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 여당 의원은 “당·청관계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그동안 보여준 청와대 우위의 원칙에 대해 박 대통령이 고마워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청원 최고위원 (청와대 제공)
서청원 최고위원은 친박 좌장으로서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때론 박근혜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근혜 정부 내각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면서 현 정부 장관들의 무책임성과 무소신을 비판하면서도 청와대의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메르스 사태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의 발언이었다.

지난해 김무성 대표의 중국 발언으로 촉발된 개헌론이 파문을 일으킬 때도 개헌론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며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청와대와 입장을 같이 했다.

이재오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나 “지금은 개헌론의 적기가 아니니 다음 기회에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특히 청와대가 당의 비판을 받아 곤경에 처했을 때인 지난 2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黨政靑)은 칸막이가 없는 한배"라며 "물이 새면 한쪽만 살겠다고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병풍 역할을 자처했다.

특유의 ‘한마디 정치’를 통해 청와대를, 박 대통령의 구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법 합의 당시 소득대체율 50% 문구 삽입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입장을 두둔하며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촉구했다.

개정 국회법 논란 때도 당이 일방적으로 야당의 입장을 들어주는 바람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길로 가고 있다며 청와대 입장을 대변했고, 개정 국회법 문제는 그 방향대로 가고 있다.

서 최고위원의 예상대로 국회법 개정안이 당청 간의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자칫 갈등과 혼란상으로 비화될 수 있다.

그래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에 대해 청와대의 의중이 아직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고, 퇴진했을 경우에 따른 후유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의 결정은 ‘청와대의 뜻’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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