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군단 6번타자' 이승엽의 묵직한 존재감

이승엽.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 류중일 감독은 23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전에 구자욱을 2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3루수 출신인 구자욱이지만, 올해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적은 없었다. 수비가 다소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자욱을 선발 3루수로 낸 이유는 바로 6번 타순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6번이 키(Key)였다.류중일 감독은 돌아온 채태인을 클린업에 집어넣고, 구자욱을 2번에 배치했다. 그리고 6번에 이승엽을 세웠다. 구자욱이 2번 타순에 서지 않으면 또 다시 6번 타순에 구멍이 생기는 상황. 구자욱을 3루수로 출전시킨 이유다.


류중일 감독은 "6번 타순은 폭탄이다. 3~5번이 잘 치니까 6~7번이 약해지면 중심 타선을 어렵게 승부하고 그 쪽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 그래서 장타가 있는 타자가 서야 한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이승엽을 클린업 트리오가 아닌 6번으로 돌리면서 '폭탄 타순'이라고 설명했다. 6번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현이었다.

이승엽은 최근 박석민, 채태인의 공백으로 인해 5번 타순에 주로 섰다. 사실 이승엽의 방망이는 6번에 서나, 5번에 서나 큰 차이는 없었다. 문제는 6번이었다. 이승엽이 빠진 삼성 6번 타순은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6번에 서면서 삼성 타선에도 힘이 붙었다.

삼성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와 원정 경기에서 장단 21안타를 쳐내면서 12-4 완승을 거뒀다. 올해 KBO 리그 23호이자, 구단 7호 선발 전원 안타다.

그야말로 6번 이승엽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3연타석 안타에 볼넷, 그리고 시원한 홈런까지. 류중일 감독이 바란 모습 그대로였다.

삼성은 1회초 시작부터 롯데 선발 이상화를 흔들었다. 박한이의 안타, 구자욱의 볼넷, 채태인의 안타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최형우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하지만 야마이코 나바로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자칫 흐름이 끊길 수도 있었다. 그 순간 이승엽의 안타가 터지면서 1사 만루 찬스가 이어졌고, 결국 롯데는 이상화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어 삼성은 4점을 더 뽑으며 일찌감치 6-0으로 달아났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친 이승엽은 5회초에도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뒤 안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6회초에는 볼넷을 골라냈다. 2사 1, 3루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고, 심수창의 폭투로 추가점이 나왔다. 이어 이승엽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자 롯데는 심수창 대신 박세웅을 마운드에 올렸다.

마무리는 홈런이었다. 9-3으로 앞선 8회초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조현우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관중석 상단 광고판을 맞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비거리 140m 대형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2타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2014년 10월14일 대전 한화전 이후 첫 4안타 경기였다. 2번 타순에 선 구자욱도 4안타(1홈런) 경기를 펼치며 류중일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올해 데뷔한 구자욱의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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