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위한다는 최고은法, 선별적 복지법"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임선빈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

무명의 40대 연극배우가 자신이 살던 고시원 방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이름은 연극배우 김운하 씨인데요. 김운하 씨가 연극 활동을 하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건강악화로 사망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어 연극계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예술인복지법인 일명 ‘최고은 법’이 유명무실하단 지적도 나오고있는데요.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연극협회 임선빈 사무국장을 연결하죠. 국장님, 안녕하세요.

◆ 임선빈> 안녕하세요.

◇ 박재홍> 현재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이시면서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계신 거죠?

◆ 임선빈> 예, 맞습니다.

◇ 박재홍> 김운하 씨의 사망 소식 들으시고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연극계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 임선빈> 놀랍고 참담한 심정 속에서 애도하는 분위기입니다.

◇ 박재홍> 김운하 씨는 평소에 어떤 배우였나요?

◆ 임선빈>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학교에서 연극 전공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바로 연극 활동을 시작하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작업을 했던 배우님이라고 들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김운하 씨의 사망 원인이 극심한 생활고로 인한 건강악화로 추정된단 얘기가 나오면서 연극 배우들의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했다면서요?

◆ 임선빈> 네, 맞습니다. 4월, 5월에 해마다 치러지는 서울연극제라고 서울에서 굉장히 크게 치러지는 연극제가 있습니다. 그 연극제 안에 ‘미래야 솟아라’라는 신진예술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섹션이 있는데요. 그 섹션에 ‘인간동물원초’라는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조연 역할을 했었습니다.

연극배우 故김운하씨 (사진=극단 신세계 블로그)
◇ 박재홍> 그러니까 일이 전혀 없던 분도 아니고요. 비교적 연극 활동을 활발하게 하셨던 분인데도 이렇게 생활고가 극심하셨던 거네요.

◆ 임선빈> 예, 연극은 다른 장르와 달라서 지속적으로 연간 작품 활동을 하기에는 힘듭니다. 보통 평균적으로 많이 작품 활동을 하는 연극인들이 1년에 2, 3편 정도를 하고요. 평균적으로 1년에 1편 정도를 작업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연극 하나만 해서는 생활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수입이 대체로 어느 정도 됩니까? 한편 정도 한다 치면요?

◆ 임선빈> 보통 소극장 연극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작품 1편을 준비하는데 최소 3개월 정도 시간이 든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 노동 같으면 계산 하는 방법이 '1개월 기준으로 얼마를 받는다' 이렇게 돼야 하겠지만요. 예술 활동이다 보니 배우의 수입은 전체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제작비에 대비해서 배우들의 개런티가 책정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소극장 연극의 경우에는 그 방법마저 쓰이지 않아요. 제작비가 제대로 책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요. 그래서 배우들의 개런티 혹은 연출가나 작가 스태프들의 개런티가 많이 책정 되질 못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고인 역시 한 달에 5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맞습니까?


◆ 임선빈>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 생활고의 문제가 고 김운하 씨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연극인들의 생활고, 어느 정도입니까?

◆ 임선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년에 1편 출연해서 3개월 간 한 달에 약 50만원씩을 받았다고 하면 1년에 한 15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 거잖아요. 한 사람이 1년 동안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죠.

◇ 박재홍> 사실 불가능하죠. 오히려 자기 돈을 부어가면서 하는 연극인도 있다면서요?

◆ 임선빈> 예. 대부분이 아마 그럴 거라고 저희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연극 활동을 하면서 항상 그렇게 활동을 해 왔고요. 연극 예술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지를 못하니, 다른 일을 통해서 돈을 마련해서 그걸 생활비와 더불어서 연극 활동 하는 데 재투자를 하는 비용으로 씁니다.

◇ 박재홍> 그런데 예술인들이 생활고 때문에 사망한 일이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2011년에는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씨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에 ‘최고은 법’이라고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이 됐었는데 김운하 씨는 왜 복지법의 혜택을 못 받은 건가요?

◆ 임선빈> 기본적으로 예술인 복지법의 망 안에 들어오려면 예술 활동 증빙이 되면서 예술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됩니다. 예술 활동 증빙은 연극배우를 중심으로 얘기하자면, 만 3년 동안 프로무대, 프로작업을 3편 이상을 한 경력이 있어야 되는데요. 이 배우님은 예술 활동 증빙이 가능한 배우님이셨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예술인들에게 혹은 연극인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런 작업을 서둘러 하지 않았던 것이죠.

◇ 박재홍> 혜택을 받을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은 법’ 자체를 알지 못해서 못 받았다?

◆ 임선빈> 예.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막상 예술인 활동증빙을 통해서 예술인을 증빙했다 하더라도, 과연 이런 경우들이 예술인 복지법에 의해서 보호받거나 보장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예술인 복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말씀인가요?

◆ 임선빈> 예. 현재 예술인 복지법은 전체적인 복지가 그렇듯이 선별적 복지를 취하고 있어요. 복지혜택을 받는 수혜 대상자가 아니라 복지 행정을 펼치는 입장에서 보자면, 선별적 복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술인 입장에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누군가 이런 예술인 복지제도가 있으니 이걸 이용하시오’라고 하면 모든 예술인이 다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그쪽에서 제시한 기준에 합당한 예술인들만이 특별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예술인복지법도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이네요.

◆ 임선빈> 맞습니다.

◇ 박재홍> 이런 극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사랑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연극계가 그나마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연극인으로서 어떤 대책들이 더 필요하게 될까요?

◆ 임선빈> 우선은 예술인복지법 안에서도 법적근거를 정확히 갖고 예술인 실태조사를 하라라고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분석하기로는 예술인들 실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술 활동 증빙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 전체 예술인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정확한 기초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된단 거죠. 주거형태는 어떠하며 가족관계나 한 달 수익, 이런 것들을 정확히 파악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분석적으로 접근해서 현장 상황에 맞게끔 복지법이 행정적으로 개편되거나 개선이 되거나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말씀 들어보니까, 이렇게 가다간 우리나라에서 연극무대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임선빈>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서울연극협회의 임선빈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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