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와의 전쟁.
5월 넷째주부터 2차 감염이 급물살을 탔지만 당국이 격리 대상을 너무 좁게 지정한 바람에 첫번째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보건당국 관계자도 "최초 환자가 머물렀던 병동을 중심으로 격리범위를 정했는데 범위가 상당히 좁게 설정됐다고 판단한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당국의 격리 실패로 평택성모병원 한 곳에서만 36명이 메르스에 걸려 6명이 숨졌다.
◇2차 마지노선 - 3차 감염 격리 실패, 전국이 메르스 뒤덮여
경기도 평택을 벗어난 메르스가 향한 곳은 2차 마지노선인 삼성서울병원.
이곳 역시 단 사흘만에 80여명의 환자가 대거 감염되고 11명이 숨졌다. 한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메르스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보다 환자 수·사망자 수에서 앞선다.
병원은 "당국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국가가 뚫렸다"며, 정부는 "감염 초기 병원 측의 격리가 허술했다"며 서로를 탓하는 사이 삼성서울병원발(發) 3차 감염자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3차 마지노선 - 4차 감염 격리 실패, 병원 밖 감염 시대
보건당국이 뒤늦게 병원 명단을 공개해가며 4차 감염을 막기 위해 이달 중순으로 설정했던 3차 마지노선도 지난 주말부터 감염자가 반등하면서 여지없이 뚫렸다.
지난주 잠시 환자가 줄어들면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의 3차 감염 잠복기가 마무리됐을 뿐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4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병원 밖 감염이 계속되면서 이 가운데 환자 20여명은 감염 경로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한 2차 유행의 출구인 줄 알았더니, 3차 메르스 유행의 입구에 다시 선 셈이다.
◇4차 마지노선 - 벼랑 끝 배수진 선 보건당국
이제 보건당국이 4차 마지노선을 설정한 곳은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구리 일대. 이번에는 말 그대로 벼랑 끝 배수진이다.
전날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 주말 진정세로 봤지만, 다시 추가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진정세라고 답을 못 드리겠다"며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 경기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으로 확산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데 큰 갈림길에 있다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배수진을 친 계기는 76번(75·여) 환자에서 170번(77) , 173번(70·여) 환자로 이어지는 서울 강동구·경기 구리시의 메르스 확산 상황 때문이다.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오간 76번째 환자의 동선에서만 벌써 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70번째 환자는 경기 구리시의 병원 2곳을, 173번째 환자는 강동구 일대의 병원 등 9곳을 경유해 대규모 감염이 우려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국장은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있으니 다른 병원들도 단단히 대비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전국에 메르스가 퍼진만큼 이들 주요 병원에 소규모 확산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3차 유행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말 속절없이 4차 마지노선마저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진정세로 되돌려 사태 종식을 이끌 것인가. 메르스 사태의 진정한 고비가 바야흐로 코앞에 닥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