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거부권 맞은 여당…'폭풍전야' 내홍속으로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6.25한국전쟁 65주년인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폭풍전야의 모습이다.

정부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정부에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행정업무 마비로 국가 위기를 자초한다"며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제 여당은, 정치권은 거부권의 격량, 폭풍 속으로 빠져들게 생겼다.

국회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의해 국회로 환부하면 일단 정의화 국회의장은 재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24일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기를 바란다"면서 "거부권이 행사되면 재의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이런 원칙론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거부권에 따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재의에 부칠 것인지, 아니면 자동 폐기하는 수순을 밝을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재의에 붙이지 않고 자동 폐기하자는 쪽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오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다"고 당의 '승복'을 종용했다.

본회의에 재의하지 말고 자동 폐기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은 "거부권이 행사돼 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원칙대로 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회부해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헌법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당 화합과 단합 차원에서도 단합해 이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입장을 두둔하는 모양새였다.

국회법 개정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를 불신임한다는 뜻이다.


유승민 지지파와 친박 강경파는 24일 밤 별도의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승민 지지파, 이른바 비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말자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처럼 뭉개버리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성태 의원은 25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거부권이 행사되선 안 되지만 되더라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되며 의원 총회 등에서 재신임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 강경파는 재의에 부치자는 의견을 개진하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방침이다.

이날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에 따른 대응책과 함께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를 놓고 친박 대 비박계가 '갑론을박'을 벌이며 충돌할 것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당-청 갈등과 친박 대 비박계의 대립이 첨예화할 개연성이 크다.

친박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입장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밤 서청원 최고위원과 단둘이 만나 국회법 개정안의 청와대 거부권 행사에 따른 대응책과 함께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대비한 사전 조율 성격의 만남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가 다뤄졌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라며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를 싸잡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유승민 대표가 청와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야당의 입장을 들어줌으로써 청와대의 국정운영을 가끔 곤혹스럽게 했다는 것이 유 대표의 표면적인 사퇴 이유다.

또한 유승민 대표가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지 오래로 유승민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이보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에게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맡길 수 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다음 차례는 김무성 대표 차례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내년 총선의 공천을 김무성-유승민 체제에 맡길 수 없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의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총선의 공천권을 김무성·유승민 대표에게 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순망치한'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를 띄우려는 여권 핵심부의 의중을 간파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새누리당 지도부가 해체되고 원내대표가 자동적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가능성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권력투쟁'이라는 해석은 이처럼 내년 총선의 공천권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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