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의 '신경숙 좌담회'…왜 비공개일까?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공동 주최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화권력의 현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윤성호기자
문학동네가 '신경숙 표절 사태'와 관련해 비판적인 문학평론가 5인에게 좌담회를 제안했지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학동네는 25일 "SNS와 언론을 통해 문학동네가 경청해야 할 말씀을 들려주신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이상 다섯 분께 저희가 마련한 좌담의 장에 참석해 주실 것을 청한다"고 밝혔다.

문학동네가 초대한 문학평론가들은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3대 문학출판사의 권력화에 대해 그동안 매서운 비판을 가해왔던 인물들이다.


문학동네는 좌담회를 마련한 배경에 대해 "소위 ‘문학권력’의 문제점 중 하나가 그 ‘폐쇄성’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자성적 성찰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소통의 장을 열어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문학동네는 또 좌담회 참석 범위를 문학평론가 5인과 문학동네 편집위원 중 일부로 한정하고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문학동네의 '신경숙 좌담회' 진행 형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학동네가 스스로 밝힌 '폐쇄성을 극복하고 소통에 나서겠다'는 좌담회 개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조영일 문학평론가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과 문학권력의 문제는 이제 문단 내부만의 일이 아닌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면서 "좌담회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좌담회를 언론에 공개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방식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학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현실에서 이번 좌담회를 통해 진정으로 문학계가 자정에 나서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인다면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문학 코너 모습. 황진환기자
김명인 문학평론가도 "좌담회의 공개가 필요하다"며 "좌담회의 의제와 토론 방법, 참가자의 범위, 결과의 공유와 확산 방법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참가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문학동네와 문학평론가의 양자 구도가 아니라 창비와 문학과지성사 등 다른 대형 출판사와 문제의식이 있는 작가, 그리고 독자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전제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문학권력'이라고 비판받는 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문학동네가 좌담회를 '공격적 방어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학동네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고 심도 있게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좌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문학동네의 한 관계자는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자유로운 토론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비록 좌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은 이후 수정과정 없이 전문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좌담 내용은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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