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의료진 '줄감염'에도…당국은 '부분폐쇄' 고집

초기 방역 실패도 "정부 탓" 자처…"국가방역망 밖에 있다" 비판도

삼성서울병원에서 한 달째 의료진 메르스 감염이 잇따르고 있지만, 당국은 부분폐쇄 연장으로도 충분하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단 한 명의 환자에서 시작한 메르스 2차 유행으로 이 병원 한 곳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환자는 87명, 사망자는 12명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에 이어 세계 3위 메르스 발병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메르스 감염환자가 77명, 사망자는 10명이다. 단일 의료기관이 세계 3위를 제친 셈이다.

특히 의료진 감염 상태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 가운데 병원 관련 종사자는 모두 35명.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2명의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 병원 안전요원인 135번(33)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만 의사 두 명을 포함해 4명이 줄지어 감염됐고, 이들과 접촉한 82명의 의료진이 집중감시 대상에 올랐다.

의료진을 통한 일반 환자로의 연쇄 감염까지 우려되지만, 보건당국은 지난 23일 부분폐쇄 조치만 연장했을 뿐 강화된 추가 조치는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메르스중앙대책본부는 지난 26일 브리핑에서도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이미 건양대나 건국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격리병동 운영 및 부분폐쇄 조치를 내렸다"며 "통제하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까지가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격리조치는 시행한 상황"이라며 "현장방역팀의 상황평가에 따라 조치 계획을 결정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또 이 병원의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해 "초창기 대응이 지연돼 미흡했다"면서도 "삼성은 명단을 제출했을 뿐, 관련 권한을 삼성에 맡긴 적이 없다"고 방역 실패 책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서울병원이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벗어났다며,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달 메르스 초기 방역 대응에 실패해 전국에 메르스 확산이 퍼진 전례를 보더라도 병원 측에 방역권한을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코호트 격리를 비롯해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병원은 '국가방역망 밖에 있다'고 할 만큼 통제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제2의 메르스 진원지가 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제3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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