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당내 갈등의 원인으로 유 원내대표를 집중 겨냥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당내 분열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친박계 의원은 2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도부 사퇴까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칼날은) 김무성 대표까지 갈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안건으로 올릴 의원총회 소집을 위해 소집요구서에 서명작업도 완료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가 29일 최고위에서 '대통령의 의중'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의총을 열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갈등이 이쯤까지 이어지자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어느 쪽이든 새누리당으로선 내상이 막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렇다보니 당내에선 명분도 없이 당내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당일 새누리당은 약 100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의원총회는 당론을 결정하는 당의 최고의결기구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정작 의원총회 당일 이장우·김태흠 의원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서 강하게 주장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분위기였다.
앞서 국회법 개정안 관련 협상에서도 지도부가 협상에 모두 함께 임했고,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도 물었다. 유 원내대표 개인 의견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거쳐야 할 마땅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의원총회라는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친박계 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멋대로 당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이렇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릴 거라면 그 많은 절차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협상 당시 청와대와 합의가 된 것처럼 말했기 때문에 의총에서 동의한 것이라며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당 지도부를 흔들며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란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당청관계가 아니라 '대통령 말 잘 듣는 여당 지도부'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유 원내대표를 저격하고 친박계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김무성 대표든, 정의화 의장이든 지금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소통이 부재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