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유승민…친박과 '의총 표대결' 불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평택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내 야당의 목소리를 내오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퇴를 놓고 당주류와 친박계가 대립하면서 여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배신의 정치 발언에서 시작된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시도는 주말을 지나면서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29일 평택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한구 의원도 29일 CBS노컷뉴스에 출연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계속 버티어도 청와대에서 인정하지 않으므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 결단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에는 긴급최고위원회의가 소집돼 있다. 이 지리에서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거취문제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8명 가운데 서청원, 이인제, 이정현, 김태호 등 4명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쪽으로 기울어져 어려운 상황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 직전 "유승민 원내대표는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기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만해도 활발한 물밑조율을 벌이며 유승민 원내대표 지키기에 나섰던 김무성 대표는 일단 발을 빼는 분위기다.

그나마 여론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여론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주에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는 판단 때문에 원내대표직을 지키고 있지만, 친박계의 사퇴공세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청와대와의 공적·사적통로가 완전 차단돼 사실상 원내대표로서 직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친박계의 파상적인 사퇴공세에 "현재로서는 할말이 없다"며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과 친박계의 비토 분위기가 워낙 강해 얼마나 버틸수 있을 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유 대표측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의총 당시 40여명의 발언자 가운데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은 서너명에 불과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영남권 한 의원은 "지난달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공무원연금법 처리 국면에서 청와대와 충분하게 소통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조금씩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승민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측이 판단하고 있는 것 처럼 상황이 결코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유리하지 만은 않다는 얘기다. 일단 새누리당 비박계는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 당내 양대세력간 세대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비박계 재선 의원 20명은 29일 긴급회동을 갖고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에는 강석호, 권성동, 김학용, 김영우, 박민식, 조해진 등 비박계 의원들이 망라돼 있다.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에 출연해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물러나라고 여당 원내대표를 흔드는 것은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청 관계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친박계에 각을 세웠다.

김무성 대표 역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는 의원총회에서 결정돼야할 문제란 입장을 밝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의원총회는 소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역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해 의총 소집을 추진중이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나서면서 의원총회에서 진퇴문제가 가닥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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