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도 소집 못하는 親朴…'소수파 한계' 절감

새누리당 지도부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둘러싸고 친박계의 머릿속이 분주하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정조준한 만큼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친박계에게 앞으로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친박계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의총도 열지 못하고 뚜렷한 결과도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한계만 부각시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친박계 의원들은 '완벽한 승전'을 거두는 듯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원내사령탑'을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을 내비쳤고, 이를 동력으로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공세도 거세졌다.

한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할 준비까지 마쳤다. 하지만 표 대결의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어지자 슬며시 의총 카드를 접어들었다.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는 김태흠·이장우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공세'가 이어졌지만 사퇴할 일이 아니라는 당내 여론도 만만찮아 결국 재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의 뜻과는 별개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사퇴론은 일부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노골적인 사퇴 요구에 맞서 비박계의 '집단행동'이 구체화된 점도 친박계의 향후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일부 비박계 재선 의원들은 29일 성명을 내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경계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비박계 3선 중진인 정두언 의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이야기 같다"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친박계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은 모든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결과가 딴판으로 나타나면서 친박의 한계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현재 친박계의 최대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의 지분 확보로 보인다. 이번 당직 개편에서 친박계의 몫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렸다. 만일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시 같은 이유로 친박계 원내대표를 세우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당내 지지를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분위기 파악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주도권 다툼으로 갈등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강한데 친박 쪽 원내대표가 나오는 것에 의원들이 쉽게 지지를 보내겠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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