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이라 순직도 안된다고…" 마르지 않는 세월호 눈물

대한변협 "담임으로 상시 공무수행 명백, 순직처리해야"

정규직 교사를 꿈꾸다 세월호 침몰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김초원 교사. 아버지는 "딸아이가 수석졸업을 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성실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초원이가 기간제 교사라는 건 전혀 몰랐고, 그저 주말이면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고기도 사주고 했던 언니 같은 선생님이었다고 기억하더라고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고(故) 김초원(25·여)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5)씨는 참사 당일을 잊을 수 없다.

김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3반 학생 39명의 학부모들이 김 교사에게 아이들의 상황을 묻는 전화를 계속했기에 '지금은 통화중이니 연결할 수 없다'는 기계음만 전화기 건너편에서 반복됐다.

김 교사는 수학여행 전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드디어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고 했다. 그 통화가 딸과의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놓지 않았지만, 딸은 결국 이틀 뒤 싸늘한 주검이 돼 물 위로 올라왔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김씨는 딸과 함께 숨을 거둔 학생의 학부모가 사고 당시 통화했던 내용을 전해 듣고 또 한번 주저앉았다.

김 교사는 배가 기울어지자 5층에 있던 교사 숙소에서 곧장 학생들이 모여 있는 4층으로 내려와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고 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씨는 "돈 몇 푼 때문에 딸 아이의 순직을 원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저 다른 정규직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담임선생을 하는 등 같은 근무를 했으니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 교사는 공주대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지난해 2월 단원고에 부임해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담임 선생님으로 근무하며 아이들을 보살폈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배가 기울어졌을 때 아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곧바로 4층으로 뛰어 내려온 기간제 교사는 한 명 더 있었다. 마찬가지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고(故) 이지혜(31) 교사다.

이 교사의 아버지 이종오(60)씨도 "딸의 명예를 살리기 위해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매일 아침 7시에 학교로 출발해 밤 10시가 지나 집에 오던 딸을 안타까워했던 이씨는 살아 돌아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울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작은 일이라도 돕겠다"며 이 교사의 장례식장을 찾은 학생들이 "평소 선생님이 야간 자율학습 때 끝까지 옆에 앉아 이것저것들을 지도해주셨다"며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것.

이 교사 역시 침몰하던 세월호 안에서 본인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한 채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인사혁신처는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기간제 공무원으로 공무원연금법에서 규정한 상시 공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순직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정규직 교사 7명이 순직 처리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이 세상 누구보다 상냥하고 착했던 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싶은 부정(父情)은 기어코 눈부시게 화창한 1일 오전 두 아버지들을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불러냈다.

4·16연대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기간제 교사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희생자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혁신처와 교육부는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함께 한 대한변호사협회 윤지영 변호사는 "기간제 교사는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두 선생님 모두 담임 신분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도중 변을 당해 공무로 사망한 것 역시 명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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