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권력투쟁에 국정은 뒷전…무리한 '유승민 힘빼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사진=윤성호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청와대가 국회와 당정일정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권력투쟁에 국정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원내대표 비판, 이에 반발한 유 원내대표의 사퇴거부 파장이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6월말 여야협상에서 청와대 결산심사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7월 2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회의 일정은 청와대의 요청, 김무성 대표의 지시로 무기연기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운영위원회는 제가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운영위를 지금 열어봐야 뻔한 결과가 나오는데 그거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역할과 관계없는 이야기다. 다른 차원이다"고 말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로부터 연기요청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정작 국회 운영위원장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청와대에서 (야당에) 전화로 불출석을 통보해 준 모양"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회의일정 연기를 지시했다고 말한 데 대해 "저는 김무성 대표가 왜 그랬는 지 모르겠다. 이해도 안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이 발언은 운영위원장인 자신도 모르게 일정연기결정을 내린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조해진 수석으로부터 뒤늦게 연기사실을 보고받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 일정을 미루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메르스와 가뭄, 경제활성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추가경정예산 당정협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에 대해 청와대측이 유 원내대표가 당정협의에 나서는 걸 마땅치 않게 여겼다는 말이 나왔다.

당정에 참석했던 친박계 의원은 유승민 대표가 불참한 데 대해 "유 대표가 어제(30일) 미리 보고를 받았고 1일 최고회의에서도 보고를 받기 때문에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면서도 청와대와의 갈등도 이유가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추경은 정책당정이고 이 시기에 만나면 정치당정화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비토한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가 정책을 놓고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유승민 대표측은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말을 아끼면서도 국회 운영위원회도 그렇고 당정협의도 그렇고 아쉬운 쪽은 정부와 청와대일텐데 이미 정해진 일정이 취소되고 배제되는 것이 자칫 국민들에게 권력투쟁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회운영위원회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이 열렸지만 '여권이 여야합의로 만들어진 국회일정을 일방 연기했다'는 이유를 들어 야당이 강력반발하는 바람에 의사일정협의가 중단됐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비판 발언과 친박계의 유승민 끌어내리기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강하게 버티자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파상공세에 나서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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