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이 의원을 비롯한 이병석·정병국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는 불가하다"며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정반대의 의견으로 맞서 눈길을 끌었다.
◈ 이재오, "친박계 '유승민 사퇴론'은 '과유불급'" 정면 맞서
이재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하다는 것이 (내 이야기의) 결론"이라면서 친박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유 원내대표 명예퇴진론에 대해서는 "퇴진이 명예로운 것이 어디있나. 자리를 내놓는 것인데 명예로운 것이 어디에 있겠나"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사퇴론을 "과유불급"으로 정의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너무 지나치면 당을 오히려 사당(死黨)화로 끌고가는 길이 되니 피차 자제하고 국정현안에 몰두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여당 내, 청와대와 당이 갈등하고 정쟁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지겠나. 여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여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은 당의 모습을 한심하게 보지 않겠나"라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건강한 당청관계'도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들이 당청갈등의 불씨를 유 원내대표에게 돌리고 있는 것과 달리, 주체적이고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주문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 의원이 당 지도부가 의총의 결과 등을 청와대에 잘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거꾸로 청와대의 의견만 의원들에게 전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최고위원들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이끌겠다는 공약을 걸고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것이란 점을 짚으면서, "역할을 잘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 이병석·정병국 등 친이계 중진 의원들 지원사격 나서
이병석·정병국 의원도 유 원내대표 사퇴론에 대해 이재오 의원과 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이병석 의원은 "의총 등을 거쳐 유 원내대표에게 협상권을 이임했던 것 아니었나.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해서도 의총에서 4시간이 넘는 토론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의총이 끝나고 최고위원들이 따로 회의를 해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의총에서 사실상 재신임 결정이 났는데도 지난 29일 오후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데 대해서 불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정병국 의원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중 "이 사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힘을 실었다.
이날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비공개로 한데 대해서도 중진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대변인은 "몇 분이 이날 회의를 비공개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이날 비공개 결정은) 직접적으로 언론에 공개되면 분위기나 당의 갈등이 '다양한 목소리'가 아니라 '갈등'으로 확대되는데 대한 우려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