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유승민 사퇴 외치던 친박계, 왜 꼬리내리나?"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들이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려고 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상적인 당무를 보면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에 청와대와 친박계는 '고립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국민여론이나 새누리당 내부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유승민 사퇴 외치던 친박계, 왜 꼬리 내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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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봐서는 사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중견 정치인은 "유 원내대표는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절대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일각에서 나오는 '명예로운 퇴진'설에 "제 입장은 변한 것이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청와대의 유승민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는데?

= 유승민 원내대표가 강하게 버티자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향해 파상공세에 나서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강력한 사퇴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자 국회와 당정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배제시키는 이른바 '유승민 왕따 시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청와대 결산심사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오늘(7월 2일) 열기로 국회 일정에 합의했지만 이 회의 일정은 청와대의 요청과 김무성 대표의 지시로 무기 연기됐다.

국회운영위원장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모르는 사이 운영위원회가 연기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저는 김무성 대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해 일정을 미루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일 오전 메르스 사태와 가뭄, 경제활성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추가경정예산 당정협의에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정에 참석했던 친박계 의원은 "추경은 정책당정이고 이 시기에 만나면 정치 당정화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비토한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책을 놓고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책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친박계도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김무성 대표의 선언 이후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압박이 소강국면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명예롭게 사퇴하라'는 식의 간접압박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버티는 한 당청관계는 "깨진 유리잔"이라면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우리들은 전달할거 다 전달했고 상황을 본인이 다 지켜보면서 나라 생각을 하고 당 생각을 하고 내년 총선 생각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 할 것"이라면서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까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의 지진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다.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의 불신과 갈등 이게 이제 폭발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총사령관이고 원내지도부는 원내사령탑 야전사령관인데 조율에 실패했다"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 그렇지만 비박계는 원내대표가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 아닌가?

새누리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 비박계와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절대 사퇴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오 의원은 2일 에 출연해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하다"면서 "퇴진이 자리를 내놓는 것인데 명예로운 것이 어디에 있겠나"라며 명예퇴진론을 일축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의원은 "의총 등을 거쳐 유 원내대표에게 협상권을 이임했던 것 아니었나?"면서 "의총이 끝나고 최고위원들이 따로 회의를 해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중 "이 사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힘을 실었다.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고 비판했던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에서 필요한 유승민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며 유승민 사수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다.

사실 청와대와 친박계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서 '배신의 정치'라고 몰아붙이며 찍어내기에 나섰고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에서 사퇴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의원총회를 열수도 없고 다른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건 의원총회에서 의결하거나(이것도 규정이 없다) 아니면 고전적인 수법으로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뒷조사를 하는 거겠지만 유 원내대표는 알려진 대로 약점이 없는 깨끗한 정치인이어서 이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유 원내대표는 정상적으로 원내대표 업무를 수행하면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오늘 주제를 '왜 친박계가 꼬리 내리나?'로 정했는데?

= 사실은 '꼬리를 내려야하나?'로 하는 게 맞다.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친박이나 비박이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만큼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 내지는 '대통령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을 한다. '대통령이 말했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인식인 것이다.

비박계인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무리하게 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저렇게 엄청난 발언을 했는데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가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이번에는 대통령이 지나쳤다"고 말하면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이 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이렇게 말한다.

반면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에 출연해서 "만약에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했기 때문에 의원들의 합의와 모든 신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러난다면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국가인가 하는 그 부분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대변인으로 근무하면서 한 때 측근으로 불렸던 전여옥 전 의원은 'i전여옥'이라는 저서에서 "박근혜 후보, 내가 당에 들어와 지난 3년 동안 지켜봤다. 가까이서 2년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것을, 나라를 위해서 그녀가 과연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미 정해졌다. '아니다. No'였다. 그렇다면 나는 '너, 전여옥, No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너는 무덤으로 갈 각오를 해야만 해, 여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널 기막혀 할 꺼야"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질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옛말에 '군왕은 무치(부끄러움이 없다)'라고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전제군주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일 따름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지금 새누리당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나라를 위해서 당을 위해서 그리고 길게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유승민 원내대표 흔들기를 그만하고 민주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유승민 원내대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국민여론과 새누리당 의원들 다수가 지지하는 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언제까지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친박계 의원들은 다음 주 월요일 7월 6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날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니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을 재의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비박계 의원들도 길게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김무성 대표도 며칠만 기다려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국회법 재의와 추경문제가 끝난 뒤에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것은 김무성 대표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임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면서 "1년도 아니고 2년 반을 당청이 서먹서먹한 상태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로 지금사태가 길게 갈 수 없다는 걸 내비쳤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힘은 갈수록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박 대통령의 체면은 구길 대로 구겨졌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었지만 유승민 의원은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인사는 "뾰족한 수가 없는 친박계가 시간을 벌면서 대통령이 탈당하는 카드를 갖고 의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줘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려는 것 같다"면서 "그걸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추경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당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새누리당은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공멸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줘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밀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도 없고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다이아몬드 지지율이 30%에 이르지만 그게 한계일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인사는 "'선거의 여왕'시절에는 당선되면 잘하겠지 하는 환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환상이 없다"면서 "이제는 선거에 출마하지도 선거운동을 하지도 못한다. 이제는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유념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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