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받아가는 보험금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를 넘어서면서 그 비용이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비에 대한 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의사가 약물이나 수술 없이 손이나 신체 일부를 이용해 환자의 신경과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도수치료'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도수치료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데다 병원별로 의료비가 1만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과잉 진료 사례도 빈번하다. 여대생 A(25)씨는 허리통증을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30일 동안 입원해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2차례 이상 모두 69회 도수치료를 받았다.
A씨의 진료기록과 입원기록에 따르면 A씨는 한 달 내내 입원할 정도로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서도 도수치료를 제외한 기타 치료는 전혀 받지 않았다. 추석 연휴에는 5일 내내 외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가 보험사에 청구한 보험금은 565만원, 해당 병원은 도수치료를 권하고 소견서를 써주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생당시 태변흡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게도 도수치료가 시행됐다. 태변흡입과 이로 인한 호흡곤란, 경련으로 한 달 동안 병원신세를 진 신생아에게 모두 6회의 도수치료가 시행됐는데 근골격계 질환이 있지 않은 신생아에게 도수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보험사는 해당 병원이 신생아의 발을 주무르는 등 기본 물리치료를 시행하고도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로 치료비를 청구하거나 불필요한 도수치료를 시행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도수치료가 타당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물리치료 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도수치료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은 실비보험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병원들이 고가의 진료를 권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4대 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청구건 중 비급여 비중을 보면 2011년 60.3%던 비급여 비중은 ▲2012년 62.3% ▲2013년 64.7% ▲2014년 65.6% ▲2015년 1분기(1~3월) 64.6%로 증가하고 있다.
병원 등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비급여 항목 치료를 환자에게 과도하게 실시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들 4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 역시 치솟고 있다.
2011년 113.1%에 불과하던 손해율은 ▲2012년 115.4% ▲2013년 119.6% ▲2014년 127.7% ▲2015년 1분기 131.8%로 증가세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금으로 보전 받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100원을 받아 병원에 131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으로 4개 손보사가 같은 기간 동안 지급한 보험금은 ▲2011년 1조8395억원 ▲2012년 2조1033억원 ▲2013년 1조 7680억원 ▲2014년 2조7319억원 ▲2015년 1분기 7652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과잉진료 등에 따라 줄줄 새는 실손보험금 문제의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급여 비용 증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2001년 64.5%이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2년 62.5%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급여비는 21조4천억원에서 37조3천억으로 늘어났음에도 건보 보장률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오는 9월부터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을 급여‧비급여 10%에서 급여 10%‧비급여 20%로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하고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등은 결국 대다수의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 증가 등 피해로 전가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보험가입자들이 의료비 걱정 없이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가입자에게 무척 유익한 보험이지만 병원의 과잉진료 등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커지게 되면 보장범위 축소 등 보험가입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상품이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