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표는 2일 김태호 최고위원의 면전 사퇴 발언과 욕설이 난무하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를 꿋꿋이 지키면서도 사퇴와 관련한 그 어떤 의중도 내비치지 않았다.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채 난장판으로 끝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유 대표는 3일 열린 원내대책회의나 국회운영위원회에서도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원내대표단의 한 관계자는"유 대표의 움직임을 볼 때 언제 물러날 계획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자진 사퇴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한다.
유 대표와 작금의 정치 상황을 상의하는 한 관계자는 "유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비난하고 친박 최고위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이 사퇴하라고 한다고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 측 관계자들 내부에서도 강온 양론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건파들은 적당한 때를 골라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여권 내부의 분열과 내홍을 치유할 수 있고 모양새가 좋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 대표의 처신을 보면 고민하는 듯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알았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 월요일(6일)이면 어떤 입장이든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김무성 대표도 적절한 때에 그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유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무성 대표는 2일 오전 난장판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기 전 "며칠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국회 본회의를 6일로 연기한 것은 유승민 대표와 청와대로 하여금 냉각기를 준 것"이라며 "유 대표에게 대통령과 싸워선 안 된다는 말을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경제와 메르스 등 복합적 상황이 불거진 마당에 당청이 불협화음을 보이면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당이 청와대의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이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자제한 것도 유 대표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서 최고위원 측의 한 관계자는 "어제(2일)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만 하지 않았어도 최고위원회의가 모양새 좋게 끝날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쉽다"면서 "좀 더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상당수 중진 의원들은 유 대표가 오는 6일 본회의에 재상정되는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된 이후 사퇴하는 것이 유 대표 본인이나 여권의 내홍 진화 등을 위해 적절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유 대표가 어차피 물러날 바엔 친박이 D-데이로 정한 6일이 가장 효과 만점의 날로, 유승민이 이긴 승부라는 분석이다.
김형준(명지대) 교수는 "유승민 대표의 사퇴 논란이 최대치까지 왔다"면서 "6일 국회 본회의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승민 사퇴 논란이 그 이후에도 계속되면 유 대표와 정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류의 대통령의 결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철희 두문정치연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 대표의 저항 이미지는 살렸으나 입법부과 행정부의 삼권분립 정신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만들어놓은 뒤 대승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추경안을 통과시킨 뒤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한다.
이재오 의원과 정병국 의원 등 친이계 중진 의원들은 유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끝까지 버틸 것을 주문한다.
특히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은 여전히 의원총회를 통해 진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친박계 의원들은 6일 발표할 목적으로 유승민 원대대표 사퇴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6일 이후부터는 또 다른 공세를 펼 공산이 크다.
6일이 지나면 김무성 대표도 지금처럼 온건론을 펼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김 대표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의 유승민 사퇴 요구를 "그만해", "회의 끝"이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도 6일까지는 기다려달라는 의미다.
친박 최고위원들과 친박계는 김 대표가 6일을 넘겨서도 유승민 지킴이를 자처하거나 온건론을 펼 경우 김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둘러싼 친박 대 비박의 전선에 청와대가 기름을 붓고 나서지 말란 법이 없다.
유승민 대표가 대립 전선, 내홍 단계를 넘어 전쟁 수준의 '돌아오지 못할 다리' 위에 설 수도 있다.
현재 같은 우호적인 유승민 여론이 보수적이거나 영남인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시점이 8일, 7월 임시국회 개원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승민 사퇴 파동에 따른 '피로감'이 여권 내에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도 6일까지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보도를 할 것이나 8일을 넘기면 보도 방향을 전환할지도 모른다.
친박계는 이때를 반전의 기회로 잡고 있다.